얼마 전 인천 남구의 한 폐건물 옥상이 인근 고층 오피스텔 주민들의 비양심 행태로 마치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해버린 일이 있었다. 주민들이 장기간에 걸쳐 해당 건물 옥상에 쓰레기를 투기한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보이는 옥상들의 존재가 조명을 받고 있다. 회색 빌딩숲에 덩그러니 방치된 옥상·자투리 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심 속에서 농사의 재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옥상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초록빛을 띠는 옥상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방차지단체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도시텃밭면적은 1001ha(약 303만평)다. 지난 2012년 정부가 도시농업활성화의 일환으로 사업을 시작할 당시의 558ha(약 169만평)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도시농부 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집계되고 있는 도시농부 수는 약 160만명이다.
자급자족 5년 차 옥상 위 청년들 ‘파릇한절믄이’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처음 결성한 ‘파릇한 절믄이’(이하·파절이)는 지난 2012년부터 학교 인근에 위치한 건물 두 곳의 옥상에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농산물을 학교 인근 식당에 직접 판매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식당납품은 녹록지 않았다. 일정수준 이상의 작물을 원활히 수급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절이는 100여명의 회원들이 공동 텃밭에서 키운 작물을 함께 나누는 자급자족형 커뮤니티 모습을 띤 비영리단체로 운영 중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이들이 운영 중인 두 곳의 텃밭 중 ‘광흥창텃발’을 찾았다. 5층 건물 옥상에 마련된 텃밭에는 향긋한 허브부터 바질, 루꼴라 등 각종 쌈채소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잿빛 건물들이 주변을 에워싼 탓에 텃밭의 초록빛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파절이 김나희(30·여) 대표는 “옥상은 투수(물이 스며드는 현상)가 심하고 햇빛과 바람이 강해 일반 농토와 달리 농사짓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지금이야 도시텃밭이 보편화됐지만 파절이 초기만 해도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시텃밭은 조성하는 게 10%면 이후 꾸준히 관리하는 게 90%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의 양상을 띠고 있어 도심에서 작물을 키워 수급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옥상을 임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어려움이 뒤따르긴 하지만 파절이는 여전히 옥상 텃밭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목요밥상’을 개최해 회원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초대해 직접 키운 작물로 함께 밥을 지어먹는 활동을 한다. 지난 3월부터는 마포구 도화동에 ‘마포텃밭’을 열고 개인분양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방치된 옥상 텃밭으로 가꿔 마케팅·홍보 활용…매출상승 효과 ‘톡톡’
옥상 텃밭으로 원가절감 효과는 물론 마케팅·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도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유기농 브런치카페 ‘에이블(ABLE)’이 대표적이다. 평일 낮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한 에이블은 옥상에 꾸려진 작은 텃밭에서 가꾼 작물을 재료로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만든다.
에이블 차은영 사장은 “처음에 옥상은 완전히 방치돼 버려진 공간이었다”며 “비싼 강남에서 버려진 공간이 있다는 게 아까워서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님들 사이에서는 “강남 한 가운데 이런 한적한 곳이 있느냐”며 입소문이 났고 인기 드라마 이름을 본 따 ‘시크릿가든’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옥상에서 키우는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페퍼민트, 바질 등 각종 작물들로 직접 음식을 만들다보니 초기에는 원가절감 효과도 봤다. 입소문을 타고 점점 수요가 많아지면서 현재는 옥상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과 더불어 다른 방향으로 원재료를 수급하고 있다.
차 사장은 “텃밭에서 재배하는 식재료들은 모두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우는 것들이라 누구나 옥상에 올라 맛보고 싶은 과일들을 따먹어도 된다”며 “직접 먹을 음식의 재료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더욱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찾지만 아이와 함께 매장을 찾은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텃밭에 올라 가지와 고추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흥미가 가득하다고 차 사장은 설명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한 자리에…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앳’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도시농부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도시형 농부시장인 마르쉐앳도 그 중 하나다.
마르쉐앳은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작물과 이를 재료로 한 요리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종의 장터다.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마르쉐앳에는 소규모로 텃밭을 꾸리는 사람부터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까지 다양한 도시농부들이 모인다.
마르쉐앳에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가공품, 반려견 간식 등을 판매하는 ‘자란다’팀 관계자는 “장터는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서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자리다”며 “일부러 장터가 열리는 날을 기다리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행위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