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중 단지 경비 및 관리 등을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곳은 전체의 85.9%에 달했다. 해당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도 전문 업체 소속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2013년 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의 근로여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에 몇 차례씩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비원들이 장시간 근무와 반복적 야간근무를 하는 만큼 휴게 및 수면시간과 필요한 휴게 시설이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충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처음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화제가 됐을 당시 정확한 고용주체가 알려지지 않아 화살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돌아갔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경비원들을 고용한 관리 주체에 그 책임을 묻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결국 소속 직원들의 근로환경을 등한시 한 용역업체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등의 주요 원인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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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형태는 단지 주민들이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용역업체가 고용한 후 해당 아파트로 파견 보내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일방적으로 단지 주민을 향했던 화살이 최근에는 경비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로 향하고 있다.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은 해당 업체들의 직원 복지 및 근로환경 등과 더욱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용역업체 허가·인가 등의 과정에서 직원 처우와 관련된 최소한의 가이드 마련을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위기의 경비원…열악한 처우 및 근로환경 모자라 고용불안까지 시달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와 경비원 고용형태 등은 공동주택관리법 제5조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된다. 크게 자치관리와 위탁관리 등 2가지로 나뉜다. 그나마 과거에는 이들 2가지 방식이 혼재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이 위탁관리를 선택하는 추세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중 경비인력을 외부 관리회사에 위탁해 관리·운영하는 곳은 85.9%에 달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관리하는 곳은 14.1%에 불과했다. 위탁관리 방식을 택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은 대부분 전문 용역업체 소속이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주민이 아닌 용역업체에 묻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경비원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용안정 부문에 있어서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노원노동복지센터가 조사한 아파트 경비원의 실태결과에 따르면 노원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 중 단기계약형태 고용은 무려 94.6%나 됐다. 대부분은 1년 이내의 비정규직이었다. 심지어 3개월짜리 계약직도 있었다. 이마저도 용역업체가 해당 단지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했을 때 이야기였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올해로 10년째 아파트 경비 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진백(남·76)씨는 “계약이 끝나는 1년마다 재계약을 치르고 있다”며 “엄연히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이지만 근로여건 개선이나 고용안정 등은 남에 일이나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 내에 근무 중인 이성구(남·64·가명) 씨는 “하루 24시간 격일 근무제로 일하고 있는데, 인력이 모자라 24시간 휴식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계약직이다 보니 개선사항을 제시하거나 요구할 경우 혹시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돼 소속 회사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관리 용역업체들은 경비원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근무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개선사항이나 조율할 점을 성실히 전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D 용역업체 소속 김모 씨는 “매일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 직접 나가 아파트 경비원들과 소통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입주자 대표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휴식권 보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인 부문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김 씨는 “휴식부분까지는 회사에서 관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며, 해당 아파트에서 비상상황 등 어떤 일이 불시에 발생 할지 모르다 보니 휴식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의 부작용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아파트 거주민들 사이에서도 직접 고용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남양주 별내동 소재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김수연(여·48)씨는 “최근 경비원 처우 개선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서울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직접 고용 및 관리 등의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며 “입주자대표들의 번거로움이 뒤따르긴 했지만 경비원들의 처우는 상당 부분 개선됐고, 자연스레 아파트 관리 및 단지 분위기 등도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아닌 경비원들…갑(甲)질 피해에도 속수무책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비원들이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영향이 크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사업의 성질 또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업무의 시작시각과 종료시각을 엄격하게 정할 수 없거나, 근로시간·휴일·휴게의 적용이 적절치 않은 업종·직종·근로형태에 대해서는 관련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경비원 또한 여기에 포함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파트 경비원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데 대해 “지난 3월 6일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이 경비원들이 적용제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량해고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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