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의 언어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욕설은 물론 상대방 비하, 차별적 언어 등이 아무런 제재 없이 행해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청소년들의 인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온라인 언어폭력 시정요구 4년 새 16배 급증, 디시인사이드·일간베스트 1·2위 차지
온라인상의 언어폭력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방통위)의 심의와 시정요구 건수는 과거에 비해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최근 방통위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 차별 비하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심의 건수만 7500건 이상이었다. 이들 가운데 시정 요구 조치 건수는 6000여건에 달했다.
지난 2012년 심의 329건, 시정요구 149건 등이었던 이들 수치는 지난해 심의 3022건, 시정요구 2455건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4년 동안 심의 건수는 약 10배, 시정 요구는 16배 증가한 것이다. 시정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인터넷 사이트로는 지난해 기준 △디시인사이드(1위·816건) △일베저장소(2위·804건) 등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사이트는 상대적으로 이용자 규모가 큰 포털 사이트보다 더 많은 시정 요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워마드, 핫게, 메갈리아 등 차별·비하 등의 자극적인 게시물이 빈번하게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종류도 늘고 있다. 이들 사이트 역시 시정요구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사이트의 부적절한 게시물 중에는 성차별적 내용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5년 펴낸 ‘온라인 성 차별성 해소를 위한 정책 제언’에 따르면 접속건수가 높은 상위 온라인 커뮤니티 웹사이트 10곳의 624개 게시글 중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71개나 됐다. 비중으로는 무려 11.3%나 됐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위안부, 여성 등에 대한 비하·차별 게시물들은 자칫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나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만한 일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살인을 한 인증사진이라며 거짓된 정보가 올라와 경찰이 수사까지 나서는 헤프닝이 있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노인 남성의 사진이 게재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남인육 먹는 법, 남성 성추행 실험 후기 등 충격적 게시물 게재 빈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내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 중 남녀 간 성차별적 발언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도 짙은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빈번하게 올라오는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핫게, 메갈리아, 워마드, 수컷 등이 꼽혔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여성우월주의를 지향하는 웹사이트인 워마드에 접속해 봤다. 놀랍게도 게시판에는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적힌 제목의 게시물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게시물의 내용 또한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노골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심지어 ‘남인육 먹는 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도 접할 수 있었다. 게시물에는 간, 내장, 고기 등을 나열하며 장난식의 설명을 열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해당 게시물에 호응하는 댓글이 달려있기도 했다.
다른 게시물은 유흥업소에서 남성들을 상대로 성추행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을 쓴 당사자는 약 20명 남성들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며 결과를 살폈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조회 수가 5000여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이들 사이트는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일반 대중들의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시민들은 사이트 폐쇄 및 운영자 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여고생 자녀를 두고 있는 이화연(52·여) 씨는 “평소 아이가 줄임말을 즐겨 쓰는 등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많이 하는데 알고 보니 상당히 안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 이었다”며 “언어폭력에 가까운 단어가 버젓이 쓰이는 사이트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고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엄희정(43·여)씨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나쁜말을 쓰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면서 “상식적으로 이래되지 않는 이상한 사이트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곳에서 쓰이는 말들을 함부로 배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초등6학년·중등2학년 남학생을 자녀로 둔 김정미(40·여) 씨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평소 어떤 사이트를 접속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성인 인증을 받지 않아도 접속 가능한 유해사이트에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들을 보고 아이들이 따라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터넷 상에서 비하와 욕설, 차별적 언어 등 폭력적 언어 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지경규 방통위 유해정보팀 과장은 “온라인 상 게재되는 도박이나 음란물 등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면서 “차별·혐오 발언에 대한 게시물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내부 기준에 따른 시정요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의원은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온라인 상 차별·비하 등의 발어은 타인의 명예와 존엄성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 청소년들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포털 등이 시정요구 상위 사이트에 들어가 있는 만큼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관계기관의 모니터링과 심의규정 강화 등 새 정부에서는 강력한 제재가 시행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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