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노후 주택 밀집지역, 이른바 ‘창신동 쪽방촌’ 주민들이 문재인정부의 8·2부동산정책으로 올해도 추운 겨울을 맞이할 모양새다. 서울시가 이곳을 도시재생지역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8·2대책 시행 이후 서울 전역이 투기지역으로 설정되면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열악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다.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지난 2012년 홍익대 학생들의 재능기부 결과물이다. 마을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곳에 그려진 벽화는 쪽방촌의 외형을 일부 변화시키긴 했지만 열악한 환경까지 바꾸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테이프로 막은 문, 천으로 덧댄 지붕…전기장판 한 장으로 겨울 버티는 쪽방촌 사람들
‘창신동 쪽방촌’은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 종로46가길 양옆으로 위치한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다. 당초 사창가였던 일대 지역에 쪽방촌이 형성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토화 된 서울에 집을 잃은 이들이 창신동에 모여 일명 ‘하코방(상자방)’이라 불리는 판자집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에 동네가 형성됐다.
좁은 판자집 하나에 10~20명이 기거했던 이곳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시기는 1970년대 동대문터미널이 이전하고 평화시장 등 상가들이 들어서면서다. 현재 이곳에는 1평 남짓한 작은방, 이른바 ‘쪽방’이 479개가 밀집해 있으며 약 300여명이 거주 중이다.
마을 어귀에서 거주민 김승진(72·남) 씨를 만났다. 그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지내왔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극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죄다 60·7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쪽방촌 이곳저곳을 둘러 봤다. 벽화들이 그려진 사이에 난 대문을 열자 복도를 따라 방문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있었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김 씨는 이내 방문 한 곳에 멈춰서더니 문을 열었다.
문 안쪽으로 보이는 방 내부는 단출했다. 사람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협소한 공간뿐 이었다. 김 씨는 “이 같은 삶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처지의 좋은 이웃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 외엔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이성(57·남) 씨는 쪽방촌 전체에서도 흔치 않다는 50대 주민이었다. 이곳에서 5년째 거주 중인 그는 “무엇보다 겨울나기가 가장 힘들다”며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 전기장판에만 의지해야 하다 보니 감기가 낫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씨 외에도 이곳 주민들 중 상당수는 계절을 나는데 큰 불편함을 토로했다. 무더운 여름도 맹추위의 겨울도 버텨내기가 여간 힘들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름보단 겨울을 버티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규제에 도시재생사업 신청조차 불가 ‘좌절한 쪽방촌’
얼마 전에는 가뜩이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문재인정부의 8·2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사실 상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이었다. 서울 전역이 투기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사업 신청조차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창신동 쪽방촌은 인근 지역과 함께 뉴타운 재개발 대상지역으로 설정됐다가 주민 간 갈등으로 2013년 지정이 해제됐다. 그후 쪽방촌은 2014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전국 13개 도시재생 선도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서울 내에서는 유일했다.
하지만 당시 이곳은 뉴타운 구역해제 후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에 포함된 상태였다. 결국 이곳은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지역에서 제외되게 된다. 지자체인 서울시는 내년에 다시 국토부에 도시재생지역 지정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8·2부동산대책이 시행되면서 이 마저도 어렵게 됐다.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관계자는 “당초 내년 대상지 후보접수에 이곳을 재차 도시재생지역에 추진하고자 했지만 8·2부동산대책 시행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되면서 사실 상 접수가 불가능해진 상태다”면서 “정책이 바뀌면 재차 추진할 의향이다”고 설명했다.
쪽방촌 인근의 한 상인은 “낙후된 주거시설을 당연히 도시재생사업에 포함시켜야 의미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현재 쪽방촌 골목길 곳곳은 가로등마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어두워 밤이 되면 제대로 오가기도 힘든 상황인데 정부가 이 같은 주민들의 고충을 단 1%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피력했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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