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택시기사를 일컬어 ‘민심의 지표’로 여기곤 한다. 택시기사들이 승객들을 태우면서 전하는 정치 이야기가 민심에 반영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입장에서 택시기사는 민간 홍보대사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잡기위한 노력이 꾸준히 전개돼 왔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간담회’ 자리에서 ‘2년에 한 번씩 요금 조정 요구’에 대해 “아무리 바빠도 2년에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전 해인 2013년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또 다시 택시요금 인상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져 적지 않은 잡음이 일고 있다. 그동안 택시업계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서울시가 돌연 입장을 바꾸자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의도한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단순히 요금 인상 외에 기사들의 처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논의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응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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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 논의에 착수하자 그 배경을 두고 각종 견해가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택시 요금 인상 논의를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짓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서울시장 3연임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이 택시 민심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작용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약 1년여 앞둔 2013년에도 택시요금 인상이 단행된 적 있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또 다시 택시요금을 정치적 계산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택시요금 인상 필요 없다던 서울시, 불과 6개월 새 입장 바꿔 ‘인상 논의’ 돌입
서울시는 지난 2013년 10월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인상한 뒤 4년 동안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시는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요구에 대해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애써 외면해 왔다.
올해 초 만해도 서울시의 입장은 변함없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 간 서울연구원 등에 의뢰해 ‘택시운송원가 분석 및 요금 체계 개선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택시 한 대당 운송비용은 29만11원이었다. 앞서 2014년(32만1407원)에 비해 9.8%(3만1396원)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택시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그런데 얼마 전 돌연 택시 요금 인상 논의를 본격화했다. 지난 19일 서울시 정책자문기구인 ‘택시정책위원회’에서 해당 이슈를 논의했다. 당시 위원회는 “택시운송원가와 LPG 및 물가인상 등을 고려해 택시요금의 인상 요인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인상시기 및 방법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내용은 현재 기본요금 3000원을 3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다.전국택시노동조합이 요구한 기본요금 4600원~8000원 인상안은 현실성이 적어 채택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4년 만에 택시요금 인상논의…지방선거 1년여 앞둔 시점 두고 ‘설왕설래’
이번 택시요금 인상설을 두고 일반 시민들은 물론, 일선 택시기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는 정치적 목적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특히 많았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택시요금 인상을 단행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내년 지자체 선거를 염두한 행보 아니냐는 주장이다.
개인 택시기사 한주영(가명·남) 씨는 “기사들은 요금 인상을 2년에 한 번씩 요구하는데 왜 꼭 지방자체선거 주기인 4년마다 논의가 이뤄지는 지 궁금하다”며 “차라리 2년 마다 조금씩 올리는 것이 4년 마다 대폭 올리는 것 보다 시민들의 반발도 적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택시기사 백광옥(51·남) 씨는 “지난 2013년에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인상 논의가 이뤄지는 시기를 보면, 매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4년마다 요금 인상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이 미심쩍다”며 “택시기사들의 요구에도 들은척 안하던 서울시가 지금에 와서 인상안 논의가 들어갔다는 건 또 다시 우리 택시 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택시기사 주진기(60·남) 씨는 “20년 동안 택시기사를 하면서 초창기 한 달 수입이 150만원에서 200만원 쯤이었는데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택시요금을 올릴 때가 되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주 씨는 “하지만 요금이 갑작스럽게 인상되면 승객들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왜 4년이나 끌었다가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당장 서울시가 요금인상을 추후에 더 논의한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과거와 마차가지로 선심성 택시공약이 나올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곳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보면 요금인상이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면도 있다”면서도 “4년 주기마다 요금 인상을 논의하는 점에 대해 조합 내부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귀띔했다.
D법인택시회사 소속 택시기사 김기철(가명·남) 씨는 “막상 선거철이 다가오자 그동안 외면하던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서울시의 태도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이제 와서 택시업계 요구에 응하는 척 하지만 말고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둔 요금인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택시요금 인상 논의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응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부산시가 택시요금을 올리면서 서울시 택시업계가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정책위를 개최한 것이다”며 “요금인상 논의는 서울시 경제 여건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다 보니 우연찮게 4년 주기가 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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