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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공유경제 신사업 발목 잡는 서울시
“박원순, 국가경제 성장동력 대신 택시표심 선택”
보폭 넓히는 카풀서비스업체에 택시업계 반발, 서울시 경찰 고발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28 16:55:14
올해 세계 경제 분야의 최대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다뤄졌다. 오프라인(현실)과 온라인(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산업을 의미하는 4차 산업은 빅데이터·인공지능·공유경제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경제·사회적 부가가치만 해도 2025년까지 10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4차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혁신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세계적, 국가적 경제 트렌드인 4차 산업 강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혁신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내년 지자체 선거를 염두한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혁신기업 성장과 관련된 서울시의 행보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4차 산업의 한 분야인 공유경제 시장에 서울시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서비스인 ‘풀러스’에 대해 서울시가 고발까지 나서면서 IT업계는 물론 법조계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풀러스’ 실행 화면 ⓒ스카이데일리
       
최근 ‘4차 산업’이 저성장 늪에 빠진 국가경제를 타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세계 여러 국가가 앞다퉈 4차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정부 역시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립하면서 4차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쳤다.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이자 대표적인 키워드로 손꼽힌다. 공유경제는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매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3350억 달러(약 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만됐다.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공유경제 시장의 성장으로 벌써 58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공유경제 시장 확대는 필수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4차 산업혁명 중 핵심 플랫폼으로 지목되는 공유경제 관련 사업에 과도한 규제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련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보폭 넓히는 카풀서비스 업체…택시업계 반발, 서울시 고발 조치
 
최근 서울시가 카풀서비스 업체인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풀러스’는 출퇴근하는 시민들 간에 자동차 공유 개념인 카풀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곳은 4차산업 핵심 플랫폼인 공유경제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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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에 따르면 풀러스 등 그동안 카풀서비스 제공업체는 오전 5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등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택시 대비 60~70% 수준의 요금만 부담하면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카풀 운전자가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각각 4시간씩 설정해 하루 총 8시간, 일주일에 5일간 카풀서비스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기존에는 출퇴근 시간을 규정지어 놓고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이용자 개개인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풀러스의 이러한 행보에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택시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택시업계는 생존권까지 들먹였다. 서울시마저 택시업계의 편에 서서 풀러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서울시는 운수사업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를 돈을 받고 운송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자가용도 운송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편이다. 풀러스는 이용자 개개인의 출퇴근 시간을, 서울시는 일반 직장인들의 보편적인 출퇴근 시간을 각각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 심지어 일반 시민들조차 과도한 규제라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4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혁신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구태언 변호사는 “법률 해석의 기본은 문헌 해석인데 법에 대한 해석 권한은 정부와 공무원에게 있는 게 아니다”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적혀있는 ‘출퇴근 시간’이 언제라고 정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도 서울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CEO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서울시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의 민족’을 설립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SNS를 통해 “정부에서 수조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서울시의 이중적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럴거면 처음부터 왜 창업하라고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풀러스·럭스 등이 쓰러지면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공유경제 업체인 디디추싱과 같은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며 서울시의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버는 퇴출, 콜버스는 사업 전환…4차 산업 앞장선 기업 줄줄이 후퇴
 
서울시의 공유경제 분야 관련 규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앞서 공유경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우버·콜버스 등의 기업이 등장할 때마다 서울시는 과도한 규제 적용했고, 결국 해당 기업들의 진출은 무산됐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 일반 택시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됐지만 그에 맞는 서비스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우버는 한국 진출 2년 만인 2015년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심야콜버스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심야콜버스’란 낮에 관광·학원용으로 쓰는 버스를 택시 공급이 부족한 밤 시간대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당시에도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고, 서울시는 힘을 보탰다. 당시 택시업계는 사업 면허를 받지 않고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콜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콜버스에 대한 적법성을 정부에 요청했고 결국 기존 버스와 택시 면허업자들에게 우선 허용하고 영업시간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건으로 콜버스를 허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운행을 시작한 콜버스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서울시 10대 뉴스’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시는 강남 지역에서만 출발하던 콜버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 때문이었다.
 
▲ 서울시의 지나친 규제의 배경에 택시업계의 입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7만대가 넘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의 편을 들기보다는 진정한 ‘사회적 편익’을 따져 봐야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스카이데일리
  
결국 서울시의 규제와 부족한 지원 탓에 콜버스는 주력 사업을 올 4월 심야버스 공유 서비스 사업 대신 전세버스 예약서비스로 전환했다. 콜버스 관계자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져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변경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수십만 유권자 택시업계 입김 작용했나…사회적 편익 중요성 생각해야”
 
서울시의 고발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원인제공을 한 서울시는 한 발짝 빼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풀러스를 둘러싸고 범사회적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국토교통부가 정할 일이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의 편을 들기보다 사회적 편익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술규제연구센터 센터장은 “대리운전 시장은 택시업계가 건들지 못하고 있는데 음주운전보다는 낫다는 사회적 편익이 더 높기 때문이다”며 “무엇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지 고려해보고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서로 간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도 제기됐다. 택시업계 종사자 수가 적지 않은 만큼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박 시장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서울시도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며 “전국에 27만대가 존재하는데 4인 가구로만 따지면 100만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심을 생각하더라도 누구 한쪽의 입장에 설수 없는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상황인 것이다”고 덧붙였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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