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택배기사·학습지교사 등의 경우 이동노동자로 규정된다. 특정 공간이 아닌 이동을 통해서만 업무가 가능한 직업군이다. 해가 갈수록 이동노동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이들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휴게·서비스 공간인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를 마련했다. 현재 서울 내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는 3곳이다. 이곳에 대한 이용객들의 반응을 긍정적이지만 아직까지 그 숫자가 많지 않아 불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이동노동자들이 편하게 쉴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반응과 향후 개선 과제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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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 택배기사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이하·쉼터)’가 하나 둘 생겨나는 추세다. 쉼터는 업무 특성상 이동이 잦고 야외에서 대기할 일이 많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휴게공간이다. 쉼터 내에는 각종 편의시설부터 행정, 금융서비스 이용기기 등이 갖춰져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쉼터는 서울시가 지원하고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운영한다.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점이 처음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중구 장교동 지점이 개설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마포구 합정동 지점까지 추가로 문을 열었다. 서비스 의뢰·대리운전 주문 등 이른바 ‘오더’, ‘콜’ 등이 몰리는 지역 위주로 조성됐다.
이용객들 대부분은 쉼터에 대해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이용객 숫자에 비해 쉼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특히 많다. 이용객들이 몰리다보니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오갈 곳 없었다”…쉼터 없던 시절 건물 내 대기하다 눈총받기 일쑤
쉼터 이용객 대부분 퀵서비스 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등이다. 책상 앞에 앉아 수시로 오더·콜 등을 확인하는 이용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용객 대부분이 이동이 잦은 직업을 갖고 있는 만큼 콘센트, 휴대폰 충전기, 전신 마사지기, 발 마사지기 등 각종 편의시설 등이 갖춰줘 있다.
쉼터 내부에는 상담실·회의실·교육장 등도 마련돼 있다.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건강, 금융, 법률, 취업상담 등이 이뤄지고 있다. 직군 특성상 남성 이용객이 월등히 많은 점을 고려해 여성휴게실은 따로 마련돼 있다.
1호점인 서초쉼터는 평일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운영된다. 주 이용객은 대리운전기사 등 야간 이동노동자다. 서울이동자노동쉼터 운영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서초쉼터 이용객 누적인원은 지난달 기준 1만2555명이다. 누적인원 9384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약 3000명 이상 증가했다.
2호점 장교쉼터의 경우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열려있다. 주 이용자는 퀵서비스 등 주간 이동노동자다. 올해 2월 문을 연 이후 지난달까지 총 7661명이 방문했다. 얼마전 문을 연 서교동 쉼터의 경우도 운영 2일 만에 49명의 이용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쉼터가 마련되기 전까지만 해도 야외에서 대기하기 일쑤였던 이들은 쉼터가 생긴 것 자체만으로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눈이나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마땅한 대기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퀵서비스 기사 김상돈(58·남) 씨는 “배달이 끝나면 건물 밖이나 건물 안의 커피 자판기 근처에 주로 대기했다”며 “의자가 있어 앉아 있기라도 하면 건물 관리인이 눈치를 줬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처럼 추운 날 실내서 잠깐이라도 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쉼터 이용객 중 한명인 정해영(60·남) 씨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퀵 오더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휴대용 컴퓨터(PDA)를 충전하거나 손난로 등 지급물품을 받아가기 위해 가끔 방문한다”며 “자주 방문하지는 않지만 눈·비 등이 올 때 오갈 곳이 없어 난감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쉼터는 이동노동자간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됐다. 16년간 대리운전기사를 했다는 노진규(51·남·가명) 씨는 “종종 통신상 오류·소속업체 상황 변화 등으로 콜 정보 확인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쉼터에 오면 기사들이 있으니 정보·소식 등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용객에 비해 쉼터 수 턱없이 부족”…붐비는 시간대는 일부러 기피하는 경우도
쉼터에 대한 이동노동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인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약간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이용객에 비해 쉼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특히 많았다.
관련업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퀵서비스기사나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오더나 콜이 뜨면 기사가 수락해 선점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한 구역에 관련업계 종사자가 과다 밀집될 경우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이동노동종사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퀵서비스 업체는 전국 약 1만16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약 72.5%정도가 서울·경기권에 집중돼 있다. 대리기사 또한 2015년 기준 전국 8만8883명으로 가집계됐다. 서울 내 종사자 수는 1만7490명 정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련된 쉼터는 3곳에 불과하다. 1호점인 서초쉼터와 2호점 장교쉼터, 3호점 합정쉼터 등으로 이동노동자 수에 비해 규모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이동노동자들이 쉼터가 있는 지역으로 과밀집되는 현상이 빚어지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일부 대리운전기사나 퀵서비스기사 등은 일부러 쉼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리기사 노용석(51·남·가명) 씨는 “강남의 경우 근방에 기사 200명이 몰려 있을 때도 있어 콜이 많아도 오히려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콜을 놓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쉼터와 먼 곳으로 이동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쉼터 숫자를 차차 늘려나간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관리 인력 충원 등 각종 예산 부담 문제는 물론이고 쉼터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건물주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된 경우가 많아 부지 확보에만 2~3달이 걸리기도 했다”며 “건물주들이 노숙자들이 모이는 것을 우려하는 등 쉼터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흔히들 우려하는 노숙자들의 쉼터 출입 문제의 경우 공공시설이다 보니 아예 노숙자의 출입을 막을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예산 확보를 포함한 여러 어려움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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