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69년 설립된 골드만삭스는 자기자본 100조원이 넘는 세계최고의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다. 약속어음거래를 시작으로 증권상장·기업의 인수합병·채권 발행 등으로 업무를 확장시켜나갔으며 최근에는 벤처 기업 투자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는 이제 IT 회사다”고 천명한 후 IT인력을 늘리는 등 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서 우버, 드롭박스와 같이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기업이 15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의 글로벌 민간자본, 싱가포르와 중동 등의 국부펀드들도 모두 혁신 스타트업에 이른바 ‘모험 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투자은행의 모험자본, 혁신기업 지원 등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1년 초대형IB 육성을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초대형IB가 정식 출범한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핵심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해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초대형IB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미래에셋대우가 정부에 발목을 붙잡히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IB 사업 현황과 전망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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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IB(투자은행)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금융산업 혁신을 이끌 ‘글로벌IB’ 탄생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아가 IB업계 전체의 모험자본 공급, 혁신기업 지원 역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위 미래에셋대우 단기금융업 인가 보류 판정…글로벌IB ‘빨간불’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인가 심사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발행어음은 종합금융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스스로 발행하는 자기발행어음으로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일반투자자에게 매출하는 형식의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게만 허용되는 업무로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으로 여겨진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 차입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비해 운용 제약이 적기 때문에 자금 확보 및 관리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1년 7월 금융당국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위한 ‘초대형IB 육성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 13일 정레회의를 거쳐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를 초대형IB로 지정했다. 하지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4개 증권사는 반쪽짜리 초대형IB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인가 보류 조치는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7조원이 넘는 자본금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업계 1위(자기자본 기준)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IB 제도의 목표인 ‘한국판 골드만삭스’에 가장 가까운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초대형IB 시장을 선도하며 모험자본 공급, 혁신기업 지원 등의 역할도 수행할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의 행보 역시 초대형IB, 글로벌IB 등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1997년 벤처캐피탈로 출범한 미래에셋은 20년 동안 자본금 1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11개 계열사)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글로벌IB’ 꿈을 시현하기 위해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왔다.
1999년 증권업 진출 이후 단 4년 만에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에 해외 법인을 개설했으며 2006년에는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08년 미국과 브라질, 2011년 캐나다와 호주, 대만 2012년 콜롬비아까지 연이어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에는 초대형, 글로벌IB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IB3 부문 △트레이딩2 부문 △글로벌리테일전략 부문 신설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중 IB3 부문은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업무에 특화된 사업부다. 트레이딩1 부문은 주식·파생 운용을 맡고 트레이딩 2부문은 채권 운용을 전담할 방침이다.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호실적은 이러한 글로벌IB 구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분기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871억원, 4081억원 등이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합병하기 전인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26.03%, 136.72% 증가한 수치다.
특히 IB부문에서 미래에셋대우는 셀트리온 헬스케어 기업공개(IPO) 주관(1조원 규모), 두산인프라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5000억원) 등의 효과에 힘입어 77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기록한 469억원(미래에셋증권 209억원, 미래에셋대우 260억원) 보다 64.6% 가량 상승한 수치다.
IB부문은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주간·자문하는 업무로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증권사들의 핵심업무로 꼽힌다. 발행어음 사업인가만 지연되지 않았다면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IB 도약은 별 무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경제 견인차 초대형IB…해외 공룡기업과 싸움 전 공정위에 뒷통수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IB 행보가 차질을 빚자 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 보류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미래에셋대우 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인가 보류 사실을 알리며 “공정위의 서면 자료 요청 등의 조사로 인해 심사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현행자본시장법상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금융사가 금융위원회, 공정위, 국세청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으면 해당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인가 심사는 보류된다. 현재 공정위가 미래에셋대우를 대상으로 조사 중인 사항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다. 공정위는 미래에셋대우 측에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출현황, 거래명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과 부인(10.24%)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동시에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캐피탈(9.98%), 미래에셋자산운용(32.92%)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미래에셋 지배 구조의 핵심적인 회사로 꼽히고 있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내부거래가 아닌 박 회장 개인을 겨냥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전 시민단체(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할 당시부터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한 바 있다.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초대형IB의 탄생이 무산된 배경에는 박 회장 개인에 대한 공정위의 강도 높은 옥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시기에 맞춰 조사가 진행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측은 “금감원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과정 등과 관련해 이상 징후가 있다고 통보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미래에셋대우가 앞으로 추진 중인 사업도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초대형IB로의 도약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는 셈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가 추진 중인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사업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행어음 사업과 달리 금융당국의 별도 인가 없이 추진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인가가 보류된 날과 같은 날(15일)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했다. 유상증자가 시행될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IMA 사업 조건인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시키게 된다.
하지만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건너뛰고 IMA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초대형IB 사업 계획 상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가능한 업무를 규정해놓은 것은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결국 공정위의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IB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정체를 겪을 동안 주요 선진국의 글로벌IB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의 자기자본은 80조원이 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와 다이와 역시 30조원, 14조원 규모로 미래에셋대우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은행(IB)은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평가될 정도로 그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특히 혁신기업 투자를 통해 금융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산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 투자은행들은 세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하면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최대 규모 증권사로서 미래에셋대우가 수행해야할 역할을 정부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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