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란 산업시설의 유치를 목적으로 개발한 지역을 일컫는다. 지난 1962년 1월 ‘울산공업지구’가 최초의 산업단지로 지정된 이래 산업단지는 지난 50여년간 국가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단지 내 시설들이 노후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에 대한 일종의 환경개선사업인 ‘산업공단 구조고도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노후 산업단지들의 재생을 목표로 지금까지 140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 노후 산업단지 환경개선이라는 구조고도화사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스카이데일리가 경기 시흥·안산의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등을 찾아 산업공단 구조고도화사업 이행실태와 문제점,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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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단지 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이하·고도화사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재정비한다는 취지와 달리 정작 호텔이나 오피스텔 건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산단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지정된 산업단지는 총 1158곳에 달한다. 이 중 지정된 지 20년이 지나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수는 412곳이다. 전체 산업단지의 35%가 노후 산업단지인 셈이다.
노후화된 산업단지가 증가하면서 산업단지 내부에서 도로 등 기반시설 노후화, 주차공간 부족, 불법 영업시설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산업단지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지역 및 국가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이자 국내 산업단지들을 담당하는 산단공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화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화사업’이란 산업단지 내의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 등의 유지·보수·개량·확충 등을 통해 기업체 등의 유치를 촉진하고 입주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말한다. 일종의 산업단지판 재개발사업이다.
산단공단은 기존의 산업단지를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경기 반월, 경북 구미, 인천 남동, 전북 익산 등 4개 단지를 대상으로 고도화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이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경기 시화, 경남 창원, 전남 여수, 충남 천안 등 17개 산업단지를 고도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사업을 준비중에 있다.
하지만 최근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 사이에서는 고도화사업에 대한 실효성을 문제 삼는 여론이 일고 있다. 1400억원 가량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산업단지 노후화 개·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도화사업을 핑계로 호텔·오피스텔이 지어진 경우도 있어 본래 취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깨지고 사라진 보도블럭, 미어터지는 주차난, 불법 매점…위험천만 산업단지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2009년 고도화사업 시범 대상지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과 시흥시 시화공단을 찾았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은 각각 1977년, 1987년 조성된 국내 대표적인 노후 산업단지다.
이들 산업단지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노후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지 수십년은 지난 것처럼 보이는 낡은 보도블럭들은 곳곳이 깨져 있었다. 허연 모래바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보도와 차도를 구분해 주는 연석 역시 멀쩡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심지어 도로안내판이 뽑혀 공장 담벼락에 내팽개쳐져 있는 모습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차량이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움푹 패여 있는 상태였다. 사람과 차량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주민들 역시 시화공단의 노후화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시화공단 인근에 거주 중인 김영호(45·남)씨는 “길거리를 걷다 보면 보도블럭이 망가져 정리가 안된 곳이 부지기수다”며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지만 공단의 보도블럭에 누가 과연 관심을 가지겠나”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보도블럭과 아스팔트에 그치지 않았다. 산업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기업들의 직원들은 주차난이 산업단지 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산업단지 내 도로와 골목길은 대부분 추자된 차량으로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왕복 2차로로 조성된 도로 양옆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 한 대가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산업단지 내부에 위치한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현호(39·남) 씨는 “산업단지가 처음 조성될 때는 공장의 직원들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장부터 말단 신입사원까지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니 주차난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 컨테이너 매점 역시 산업단지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됐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한가운데를 점거한 불법 컨테이너 매점들은 인도를 다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됐다.
산업단지 내부에 위치한 불법 컨테이너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연(가명·여) 씨는 “일부 지어진지 오래된 공장은 내부에 식당만 있고 간식 등을 판매하는 매점은 없다”며 “이들 공장에 다니는 직원들이 우리 매점의 주된 고객들이다”고 말했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인 황정용(26·남) 씨는 “이곳 외에는 주변에 매점 같은 곳이 없기 때문에 간혹 찾는다”며 “불법 컨테이너가 아닌 정식 건물에 매점이 들어선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 혈세 투입해 산업공단 내 5성급 호텔, 공단환경 개선 목적 온데 간데
충격적인 사실은 경기 반월·시화공단의 경우 이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도화사업을 추진됐다는 점이었다. 산단공단은 지금까지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 각각 150억원, 100억원 등의 국비를 투입해 고도화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단공단은 고도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반월공단에 5성급호텔을 지었다. 2015년 완공된 호텔은 인근에 산단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산시 산업지원본부, 반월공단 우체국 등 행정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공단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해당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관계자는 “이 호텔은 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을 찾은 바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졌다”며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호텔 소유주는 산단공단이다. 산업단지의 환경을 개선하라는 명목으로 책정된 150억이라는 혈세가 장사도 안 되는 호텔을 건설하는데 쏟아 부었다는 비판어린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호텔을 바라보는 안산 지역 주민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안산시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김광윤(71·남) 씨는 “산업단지 내에 과연 5성급 호화호텔이 필요한지 의문이다”며 “산단공단에서 나랏돈 들여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 돈으로 망가진 시설 정비나 하지 뭐하러 호텔을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화공단도 노후 개선 사업이 진행되곤 있지만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혈세 100억원을 들인 오피스텔이 건설 중이다. 하지만 해당 오피스텔에 대한 전망은 반월공단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화공단 내에 위치한 시화인베스트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미 시화공단에는 적지 않은 숫자의 오피스텔이 위치해 있다”며 “해당 오피스텔의 입지 또한 공단 내부에서 상당히 외곽인 탓에 입지도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은 충분한 수익이 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미 민간사업자들만으로도 진행 될 수 있는 사업이다”며 “굳이 정부에서 나서서 돈을 들여가며 오피스텔을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양미 산단공단 경기지역본부 주임은 “보도블럭 개선, 주차난, 불법컨테이너 같은 문제의 경우 앞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며 “이미 설정된 우선순위에 따라서 고도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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