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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외국인 관광객 언어지원 실태
한국 온 오일머니 큰손들, 말 안 통해 돈 못 쓴다
동남아·중동지역 국가 여행객 증가…주요 관광지 통역 지원 미비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03 17:32:05
지난해 1월 한 달간 48만9256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사드보복 여파로 같은 해 4월 15만8784명으로 70% 가량 급감했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중 양국 간에 화해 무드로 사드보복이 철회되긴 했지만 여전히 완전한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동남아시아권·아랍권 국가에서 우리나라는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동남아시아권 관광객은 지난한 해 100만명을 넘어서며 전체 외국인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위한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주요 관광지에는 이들의 언어, 문화 등을 고려한 관광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스카이데일리가 동남아시아권·아랍권 국가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서비스 지원 실태와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 한글과 한강의 기적을 테마로 한 국립한글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 박물관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외에 다른 나라 언어로 된 박물관 소개 팸플릿은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서비스의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위)과 국립한글박물관의 팸플릿 거치대 ⓒ스카이데일리
  
 
관광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동남아시아권과 아랍권의 관광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이들을 위한 국내 관광 인프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보복의 여파로 중국관광객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이들 동남아권·아랍권 국가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관광 언어 서비스를 다변화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미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남아관광객 100만 시대…아랍권 관광객도 증가 추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 관광객 수는 1분기 33만5134명에서 2분기 42만4869명, 3분기 44만4936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을 찾은 동남아시아권 국가 관광객 수는 모두 152만8687명에 달했다.
 
한국을 찾는 전체 외국인관광객 중 동남아시아권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동남아시아권 국가 관광객 비중은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11.6%에 불가했으나 2분기 17.9%, 3분기 18.2% 등 꾸준히 늘었다. 조만간 20%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 관광객은 지난해 1분기 2만5494명에서 2분기 2만9102명, 3분기 3만5987명 등으로 계속 늘었다. 지난해 11월까지 아랍권 국가 관광객 수는 11만2385명으로 집계됐다. 아랍권 국가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산유국이 대부분인 아랍권 국가 관광객들의 경우 한국관광을 통해 지출하는 비용이 다른 나라 관광객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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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남아시아권, 아랍권 등에서 찾은 관광객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 및 통역서비스 등은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100만명 이상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 언어 중 인구 규모면에서 말레이어·베트남어 등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아랍권 국가 대부분은 아랍어를 사용한다.
 
외국인 관광객 찾는 박물관·백화점·면세점 영어·중국어·일어 외 다른 언어 지원 미흡
 
스카이데일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언어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들이 주로 찾는 박물관·백화점·면세점 등을 찾았다. 한글과 관련한 유물·고문헌 등의 자료가 전시된 국립한글박물관(이하·한글박물관)은 외국인을 위한 한글 배움 공간이 갖춰져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 출처 : 한국관광공사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현재 이곳에서는 △한글박물관 소개 및 안내 팸플릿 △전시 유물 소개문 △통역 해설 등에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국한돼 있었다. 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영·중·일어 이외의 아랍어, 베트남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는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들 지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자료를 볼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역사박물관)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박물관 내에 전시된 자료와 유물을 소개하는 외국어 소개문은 영어로만 돼 있었다. 중국어·일본어를 포함한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소개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물관 안내 팸플릿과 통역 해설 서비스 등은 영어 외에 중국어·일본어 등이 함께 사용됐지만 아랍어·말레이어·베트남어 등의 언어 서비스는 없었다.
 
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이집트 관광객 하마다 마흐무드(Hamada Mahmoud·29·남) 씨는 “한국어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박물관 전시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불편하다”며 “특히 영어를 모르는 아랍인 관광객들이 과연 전시물의 내용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백화점과 면세점들의 언어 서비스에서도 동남아시아권 언어와 아랍어는 제외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백화점 내에는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통역 데스크’가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통역이 가능한 언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언어에 불과했다.
 
이집트에서 온 아흐메드 무스타파(Ahmed Mostafa·31·남)씨는 “아랍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쇼핑 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며 “통역을 위한 별도의 통역안내데스크가 있는데도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통역이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 서울시내에 위치한 백화점과 면세점들의 통역서비스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국한돼 있었다. 아랍어와 동남아시아 지역 언어가 지원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 ⓒ스카이데일리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친척들과 함께 관광을 왔다는 밀라그로스(Milagros·26·여) 씨는 “필리핀에서 나 같은 젊은 세대는 대체로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상관없지만 타갈로그어만 할 수 있는 어른 세대의 경우 영어를 잘하는 젊은 세대의 도움이 없이는 한국 관광을 하기 힘들다”며 “동남아 지역의 언어들도 통역 서비스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관광 코스인 면세점 역시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을 제외한 다른 언어의 통역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관계자는 “영어는 대부분의 매장 점원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통역사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그 외에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통역사를 상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관계자는 “영어, 일본어 등은 대부분의 점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전문 통역사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중국어가 가능한 통역사만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복궁 등 4대 궁과 한글박물관 등 5대 박물관의 종합안내와 길안내 외국어 표지판에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이 전부다.
 
김병욱 의원은 “사드 여파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방한 관광시장 다변화와 국내관광 활성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관광산업 자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며 “아랍어와 동남아시아권 국가 언어 서비스 제공 등 관광시장 다변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관광 언어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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