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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 - 대학·청소근로자 갈등 실태
인재요람 덮친 친노동 후폭풍에 우리 아들딸들 운다
동국·연세대 갈등 최고조…뒤숭숭한 분위기에 학생들 피해 심각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20 17:11:08
친노동을 표방하는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심지어 교육의 요람인 대학교 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발단이 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대학들이 청소 근로자 감축에 나서자 청소근로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동국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의 청소 근로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한편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 측은 악화된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학과 청소근로자들의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로 학습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 심지어 일반 시민들조차 정부 개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청소근로자들과 학교 측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시내 대학을 찾아 현재 상황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최근 서울시내 대학들이 청소 및 경비 근로자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대학 측은 청소근로자 신규채용 대신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 등을 대체인력으로 충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와 연세대의 경우 학교측과 인원감축에 반대하는 근로자들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사진은 동국대와 연세대 캠퍼스 내에 걸린 청소근로자들의 시위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최근 서울시내 주요 대학교 내에서 학교 측과 청소근로자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교 측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문제를 이유로 청소 근로자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갈등의 주된 원인 최저임금 인상인 만큼 이를 주도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 마련에 청소노동자 반발
 
지난해 말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13개 대학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청소·경비 근로자 인원 감축 방침을 세웠다. 퇴직 한 근로자의 빈자리를 신규채용이 아닌 아르바이트나 근로 장학생으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청소·경비 근로자들은 전문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노동 강도가 심화되고 노동환경이 열악해 질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고려대, 홍익대 등 일부 대학은 결국 인원 감축 방침을 철회했지만 동국대, 연세대 등 나머지 대학들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아 학교와 청소노동자 간에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해 퇴직한 청소 근로자 8명의 자리에 신규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을 재계약 하는 대신 시급 1만5000원, 하루 2시간 조건의 근로 장학생으로 인력을 대체하기로 했다.
 
동국대 청소근로자들은 ‘대학의 조치는 최저임금인상 무력화를 위한 행위’라며 정년퇴직자 자리에 신규 채용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과 파업에 들어갔다. 점거농성 중인 청소 근로자 정순자(가명·63·여) 씨는 “우리도 대학의 한 구성원이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학 측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 나이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디 가서 취업을 하란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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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대학교육연구소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다른 청소근로자는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에게 청소 알바를 시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며 “청소는 물론이고 경비업무까지 학생들에게 맡길 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비정규직 철폐, 취업취약계층 지원 등에 대해 얘기하지만 정작 학교는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동국대 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10년간 등록금 동결 및 입학금 폐지 등으로 인해 학교의 수입원이 감소한 상황이다”며 “학교 전반적으로 비용 축소에 돌입했는데 청소근로자 부분도 그 중 하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퇴직 근로자의 자리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17명의 청소 근로자가 퇴직했지만 충원된 인원은 1명에 그쳤다. 연세대 청소근로자들은 신규 채용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중인 한 근로자는 “학교와 정부 관계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결책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세대 투쟁에 함께 나선 최다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국장은 “청소근로자가 빠진 자리를 시간제 알바로 모두 채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청소근로자의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남아있는 근로자들의 일의 강도는 더 증가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들의 생존권 문제를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세대 측 관계자는 “정년 퇴직자 자리에 신규채용 없이 전문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며 “해당 업체에서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등록금 동결, 물가 상승 등으로 대학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며 “갈등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이견차이가 큰 상황이다”고 전했다.
 
생계위협 청소근로자들 “결국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정부 직접 나서 해결해야”
 
▲ 청소근로자들은 근로장학생 및 아르바이트에게 높은 시급을 주면서까지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학교 측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청소 근로자들과 연대하고 있는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현재 청소근로자들과 학교 측의 갈등으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교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동국대 재학중인 김철민(21·남·가명) 군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학교 측과 청소근로자들 간에 갈등이 빚어졌고, 그로 인해 본관 점거 농성 등이 벌어지면서 학교 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될까 심히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청소근로자들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규정짓고 이를 주도한 정부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대학 청소근로자 감축 사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세대를 방문해 대학 측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정부 측 최고 책임자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에 가는 대신 청소·경비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삼육대를 방문해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과 근로자가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매일 대학과 청소근로자의 갈등 상황을 확인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갈등 주체들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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