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에너지가 조명을 받고 있다. 덕분에 화학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친환경 공장 건립이 대표적이다. LG화학도 지난해 나주공장에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열풍에 동참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가소제’(플라스틱 성형을 용이하게 만드는 물질)가 화학물질이라는 점에서 상당수 지역 주민들이 공장 증설 자체를 불안해 하고 있다. 환경공해 및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증설반대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반대성명을 내는 등 강력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스카이데일리가 LG화학 공장 증설을 둘러싼 갈등과 안전성 및 유해성 등에 대한 전문가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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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화학의 전라남도 나주 화학공장 증설 계획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일고 있다. ‘화학공장’ 확장 계획에 시민들이 강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화학물질 생산과정에서 인체 및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민들의 주된 반응이다.
“이름만 그럴싸한 친환경, 아이들 코앞에 자리한 화학공장 자체가 문제”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 나주공장은 기저귀·생리대 등에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물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와 가소제(플라스틱 성형을 용이하게 만드는 물질)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2년까지 총 1430억원을 투입해 기존 공장 내에 1190㎡(약 360평) 규모의 가소제 공장, 3만370㎡(약 9186평)규모의 촉매연구개발센터 5개동 등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9월 나주시에 승인 신청했다.
현재 LG화학 나주공장은 구도심 내에 있으며 일반 시민들의 거주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공장 인근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다수 존재한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공장에서 내뿜는 유해물질이 행여나 아이들의 건강을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해왔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공장규모가 커지게 되면 우려감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공장 인근 송월주공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전보경(여·38)씨는 “공장증설이 미치게 될 환경영향 등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심각하게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었다”면서 “만약 환경적인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심각하게 이사를 고려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공장 인근 주택가에서 네 아이와 함께 사는 김선화(여·30) 씨는 공장증설 소식에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공장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수증기라고는 하지만 종종 이상한 냄새가 날 때가 있다”며 “아이를 넷이나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항상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공장 옆에 위치한 나주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여교사는 “공장에서 가끔씩 가스냄새가 나긴 한다”며 “선생님들이야 성인인데다 순환근무이기 때문에 이곳에 장기간 머무를 일이 없어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인근에 공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썩 반갑지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공장 인근에 자리한 신규아파트 단지 입주자 및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최근 힐데스하임에 입주한 강미주(여·28·가명) 씨는 “계약하고 나서야 공장 증설 계획을 알게 됐다”며 “공장이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있어 4살 여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나주공장 증설 시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신규 아파트 입주민들 중 상당수는 공장증설 계획조차 몰랐다는 게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증언이다. 심지어 기존 공장 인근 주민들도 설명회 개최 여부조차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주민은 일부러 스리슬쩍 설명회를 진행하고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나주시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건강문제 및 환경유해, 사고 위험성 등 공장증설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거론하며 LG화학의 공장증설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무사고로 운영돼 왔더라도 24시간 가동되는 화학공장이므로 항상 화재 및 폭발 등 유해물질 노출사고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나주소방서는 가상으로 도상훈련을 실시한 후 화재 시 초기 대응이 늦고 2차 오염 피해가 우려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도상훈련’은 재난이나 구호를 위한 유사시 훈련을 일컫는다. 대책위는 특히 기준치 이내라 하더라도 다양한 발암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LG화학 측이 나주시청에 제공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LG화학 나주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중에는 대기오염 관련 14개의 특정대기 유해물질이, 수질오염 관련 26개의 특정수질 유해물질이 각각 배출되고 있다.
LG화학 나주공장에서 배출되는 특정대기 유해물질은 △아크릴로니트릴 △스틸렌 △염화수소 △포름알데히드 △불소화합물 △시안화수소 △벤젠 △페놀 △수은 △비소 △카드뮴 △납 △크롬 △구리 △니켈 등이다.
특정수질 유해물질은 △구리 △납 △비소 △셀레늄 △수은 △시안화합물 △6가크롬 △테트라크로로에틸렌 △트리클로로에틸렌 △PCB △벤젠 △사염화탄소 △디클로로메탄 △1.1-디클로로에틸렌 △1.2-디클로로에탄 △클로로포름 △1.4-다이옥산 △DEHP △염화비닐 △아크릴로니트릴 △브로모포름 △아크릴아미드 △나프탈렌 △폼알데하이드 △에피클로로하이드린 등이 존재한다.
이들 물질 가운데 트리클로로에틸렌, 아크릴로니트릴, 포름알데히드, 비소, 납, 카드뮴, 벤젠,나프탈렌, 에피클로로하이드린 등은 발암물질에 해당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과 대책위 관계자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LG화학 측에서 내세우는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총 200여명 고용 계획이 잡혀 있는데 50명 가량은 대전에 있는 기존 연구원들이 건너오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일반직 채용이 아니며 나머지 150명 고용도 예정일 뿐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다. 직원식당도 LG그룹 측에서 운영하므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인근 식당이 얻는 혜택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오성현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3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한다든지 불안함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며 “최근 들어 갑자기 지역사회 봉사활동 및 기부활동을 활발히 펼치는데 오히려 시민들을 기만하는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지적에 강력 반발하는 LG화학…환경 전문가들 “기준치 부합해도 유해성 상존”
LG화학 측은 나주공장 증설과 관련해 대책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유해물질은 법적 기준치 이내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그동안 (유해물질 저감을 위해)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장 증설)인·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며 “증설이 통과 되지 않으면 해외나 다른 곳을 고려하겠지만 (증설된다면)시청에 제출한 자료대로 2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전남도청 환경관리부 관계자는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준치 이내로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책위 주장처럼 발암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주민들이 불안함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기준치는 환경부에서 환경·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충분한 연구·분석을 통해 정해진 기준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내로 배출된다고 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발암물질 자체가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기준치 이내더라도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준치는) 발암물질이 무해하다는 기준이 아니라 환경부에서 현실적으로 감내·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한 것이다”며 “기준치 이내로 배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최선이겠지만 발암물질 자체가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기존 공장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로 증설계획을 내놓은 것이 잘못됐다”며 “기업이야 당연히 기준치를 지킨다고 하지만 (화학)냄새가 나게 되면 시민들 입장에선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환경가소제 공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소제는 결국 발암물질이고 환경호르몬 물질이다”며 “화학공장이 도심 속에 있어 이전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증설계획을 내놓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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