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은행권에서 모바일뱅킹 경쟁이 치열하다. ‘디지털’이 올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자사 모바일뱅킹 앱(App) 업그레이드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상현실(VR)을 비롯해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도입해 모바일 금융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자사 모바일뱅킹 앱을 출시한 시기는 지난 2010년부터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S뱅크’를 시작으로 하나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우리은행 ‘우리스마트뱅킹’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모바일뱅킹 앱의 경우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은행 업무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이용률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시중은행간 모바일뱅킹 앱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셈이다. 각 시중은행이 내세운 차세대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로그인·송금 절차 등 비슷하지만 4차산업 기술 적용 범위 달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차세대 기술을 자사 모바일뱅킹 앱에 적용해 소비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기존 모바일뱅킹 앱이었던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등 금융관련 6개 앱을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모바일 통합플랫폼 앱 ‘신한 쏠(SOL)’을 출시했다.
‘신한 쏠’ 앱에는 국내 상위 4개 시중은행 중에선 최초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키보드뱅킹 등의 금융서비스가 추가됐다. 소비자는 신한 쏠의 VR가상영업점 ‘VR웰스라운지’를 통해 실제 은행을 방문한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입체 스크린과 가상의 은행직원 등을 통해 상품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신한 쏠의 가상영업점 VR웰스라운지에서는 이체·대출 등 은행서비스는 구현되지 않았다. 자산현황보기 및 계좌조회 등만 가능하다. AR기술을 접목한 ‘SOL AR’앱도 일부 상품소개 조회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다.
키보드뱅킹 기능도 새롭게 접목했다. 키보드뱅킹은 SNS나 인터넷이용 중 모바일 키보드 자판키(KEY)를 통해 신한쏠 앱과 바로 연동돼 간편하게 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기능이다. 20여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 앱을 전면 개편해 하나멤버스 ‘하이봇’을 도입했다. AI상담서비스를 이용해 송금이나 환율조회, 상담번호안내 및 금융용어 풀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5월 출시한 위비뱅크에 인공지능(AI) 상담서비스 ‘위비봇’ 기능을 탑재해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위비봇을 통한 환전, 스마트뱅킹, 인터넷뱅킹, 일반상식 등 4가지 항목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성명령만으로 손쉽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K·B·otSAM(케이봇 쌤)을 최근 출시했다. KB금융이 자체 개발한 딥러닝 로보 알고리즘인 ‘KB 앤더슨’을 탑재해 고객의 투자규모와 성향, 선호지역별 등 다양한 요구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하나은행의 하이봇의 경우 이체명령 만으로도 바로 이체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예를 들어 ‘홍길동 5만원’과 같은 명령어를 제시하면 해당 명의자에게 즉시 송금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전에 이름과 계좌번호를 저장해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시중은행 디지털 경쟁 과열양상 우려…소비자권익 보호 경고등
차세대 기술 접목 등 소비자이목 끌기 위한 은행권 간 디지털 경쟁이 점차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점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는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기능 탓에 정작 필요한 기능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한 쏠 회원인 김석원(30·남) 씨는 “송금 시 생체인증을 하면 보안카드를 따로 인증할 필요가 없었는데 갑자기 업데이트 이후 생겨났다”며 “부득이 변동이 있다면 사전에 공지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런 공지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신한 쏠 회원 박정현(33·여) 씨는 “화려한 기술보단 기본 기능에 충실해줬으면 한다”며 “잡다한 기능이 많아져 이용하는데 난해하고 정작 필요한 기능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못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위비뱅크 회원인 권재영 씨는 “신분증 인식이나 얼굴인식을 하려고 하면, 인식단계에서 자주 오류가 난다”며 “올바른 방법으로 이용하라는 메시지만 연이어 뜨는 바람에 결국 이용을 못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간 모바일뱅킹 앱 경쟁이 심화되면서 편리함만을 강조한 기능 탓에 금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용객수를 높이는 데만 힘쓸 게 아니라 소비자 정보 및 권익보호를 위한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해킹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각 은행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보안 및 인증 절차를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모바일뱅킹 앱에 대한 보안상 취약성 등 소비자피해 문제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만큼 명확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종원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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