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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 논의
박정희시대 노후건물 방치된 한국 예술 미래주역
건립 57년 옛 중앙정보부 건물 사용…학생·교수·주민 송파구 이전 ‘한 뜻’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21 16:42:46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한예종)는 교육부 소관의 여타 국립대학들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1993년 음악원을 시작으로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이 차례로 개원했다. 설립 초기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장 등에 더부살이했던 한예종은 1996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現·국가정보원)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비게 된 성북구 석관동으로 옮겨졌다. 이후 1998년 예술의전당 인근에 새 건물을 신축하며 음악원·무용원 등이 이전을 단행했지만 현재까지 나머지 예술원은 노후한 석관동 옛 안기부건물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한국 문화·예술의 산실로 평가되는 학교 학생들이 노후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불거져 나온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최근 송파구가 방이동에 한예종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전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한예종 이전 문제를 둘러싼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현장진단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사진)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설이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 국가안전기획부가 사용하던 건물을 물려받아 사용 중이다. 지어진지 수십년이 지난 건물은 외관이 상당히 노후화 된 상태다. 한예종 이전 논의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
  
 
한국 문화·예술의 산실로 평가되는 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한예종)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옛 안기부건물을 메인캠퍼스로 사용 중인 한예종이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송파구가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송파구 측은 올림픽선수기자촌 동녘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을 후보지로 내세운 상황이다. 이곳은 올림픽공원·한국체육대학교와 인접한 지역이다. 송파구는 향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한국 예술의 산실인 한예종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표면화 시킨 셈이다. 박춘희 구청장이 직접 나서 “모든 준비는 끝냈다”고 할 정도로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재 한예종은 총 6개의 단과대학 중 음악원·무용원 등을 제외한 4개 단과대학이 석관동캠퍼스에 자리했다. 심각하게 노후화 된 건물을 사용해야 했던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송파구의 구애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석관동캠퍼스가 왕릉을 둘러싸고 있음을 지적하며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라도 조속히 이전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57년 된 노후건물 그대로 사용…세계문화유산 바로 옆 위치해 건물 신·증축 불가
 
▲ 크게보기=이미지클릭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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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한예종 석관동캠퍼스를 찾았다. 이전 논의의 발단이 된 시설의 노후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예종이 이곳에 자리 잡은 시기는 지난 1996년이다. 건물들은 그보다 34년 전에 지어졌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신설된 중앙정보부가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꾸고 1996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사용했다.
 
지어진지 57년여 가량 된 건물은 외관만 보더라도 낡고 허름한 모습이었다. 한예종이 들어선 후 신설되거나 증축된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물 외벽은 금이 가 있었다. 한국 미술인재 요람인 미술원도 민족의 혼을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전통예술원도 건물만 봐서는 위태함 그 자체였다. 과거 안기부 체육관을 그대로 활용한 무용실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얇은 파티션 3개로 벽을 만들어 실습장을 만든 탓에 견고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음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재학생들은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재학생 최현아(21·여·가명)씨는 “학교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체류할 시간이 많은데 아무래도 안전 측면에서 불안할 때가 많다”면서 “건물 자체가 많이 낡다보니 불편함 또한 크다”고 전했다. 김효민(22·여) 씨도 “해결방법이 따로 있겠느냐”며 “조속한 이전만이 해결책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예종 부지가 둘러싼 의릉을 지목하며 이전 필요성에 무게감을 더했다. 의릉은 조선 20대 임금 경종과 부인 선의왕후의 능이다. 지난 2009년 조선왕릉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곳 의릉역시 문화재보존지구가 됐다. 이에 인근 지역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시설확장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후화에 대한 지적과 관련법 개정으로 신·증축마저 불가능해지자 한예종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한예종 역시 늦어도 2025년까지 현재 석관동캠퍼스를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 문화·예술의 산실 한예종, 규모·기반시설 갖춘 송파구 이전 가능성에 무게
 
▲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예종 유치 예정부지(사진)는 현재 전 지역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중심부에 위치한 생태학습관을 제외하면 규제를 해제 시 즉각 건립 공사가 가능한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한예종은 지난 2016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2025 캠퍼스 기본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총 39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석관동캠퍼스만을 이전하는 ‘네트워크형 후보지’ 3곳과 현행 두 개로 나뉜 캠퍼스를 한 데 모을 수 있는 ‘통합형 후보지’ 3곳이 각각 도출됐다.
 
전문가들은 한예종 측이 통합형이전을 선호하는 만큼 당시 도출된 세 곳의 후보지 중 한 곳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통합형 후보지 3곳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인천 서구 연희동 등이다.
 
이들 후보지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송파구 방이동이 꼽힌다.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46만㎡를 대학부지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8만㎡에 불과한 인천 연희동이나 11만2300㎡의 일산 장항동 등에 비해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예종이 당초 요구한 통합형 캠퍼스 면적은 12만㎡지만 향후 학교확장 등을 감안하면 부지 확보가 용이한 방이동에 힘이 실릴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지자체인 송파구 역시 한예종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방이동 이전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유력한 후보지인 방이동을 직접 찾았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중심부에 위치한 생태학습관을 제외하면 비닐하우스·텃밭으로만 구성돼 있어 즉각적인 공사가 가능한 상태였다.
 
송파구가 해당 부지에 한예종 유치에 나선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작년 6월과 12월에는 지역주민 500여명과 토지주 160명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개최해 이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한예종이 송파구 내에 위치한 문화시설들을 수월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 민관 문화예술 인프라 지원 협약도 맺었다. 협약에는 올림픽공원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롯데월드와 롯데시네마 등을 운영하는 롯데문화재단·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 등이 참여했다.
 
정상수 송파구 경쟁력개발팀 주무관은 “송파구에서는 한예종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며 “한예종이 유치된다면 오랜 시간동안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있던 땅이 활용이 가능해져서 지역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 주무관은 “한예종의 입장에서도 문화 도시인 송파구와 부유한 강남 일대의 인프라를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송파구로 한예종이 옮겨진다면 서울에 캠퍼스가 위치하기를 원하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예종 정명숙 주무관은 “원래는 올 상반기까지 이전 대상지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교의 이전이 정쟁화 될 우려가 있어 이전대상지 선정 절차를 올 하반기 이후로 미룬 상태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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