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국내 금융 기업들 역시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남아 시장 중에서도 베트남 진출이 특히 두드러지는 추세다. 은행·증권·카드 등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이 베트남 진출 초기 단계라 시장선점을 위한 각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생겨나고 있다.
경제성장 가능성, 많은 인구 등 장점 많은 베트남…국내 금융사 해외 격전지 부상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정책을 발표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등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4강국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아세안과의 교역량을 오는 2020년까지 현재 중국과의 교역수준인 2000억불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다”고 밝히며 남방정책에 있어 베트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베트남과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4년만 해도 한국의 6위 수출 대상국이었지만 2015년, 2016년 등에는 싱가포르와 일본을 앞지르며 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홍콩을 추월해 3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무역협회는 오는 2020년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2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시장은 성장잠재력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가 발표한 ‘베트남 은행산업과 한국계 금융기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은행의 총자산은 외국인투자 증가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금융수요 증가로 2008년 이후 연평균 16% 씩 성장했다.
베트남은 특히 한국기업의 해외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고 국민들의 소득수준도 향상돼 한국계 금융기관이 진출하기 용이한 환경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기업대출 및 소비자금융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증권·카드 등 우리나라 각 분야 금융사들 ‘베트남 러쉬’ 가속화
일찌감치 가능성을 엿 본 국내 금융기업들은 베트남 시장 진출 및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해외 점포수는 베트남이 19개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 시장을 가장 먼저 차지한 신한은행은 1993년 베트남에 진출한 후 2009년 법인으로 전환해 현지 영업을 강화했다. 2011년에는 신한베트남과 신한비나를 합병 해 지난해 말 기준 18개 지점으로 외국계 은행 중 최대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최대 규모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30억달러(3조4110억원), 카드회원 16만명, 임직원 규모 1300명 등이다.
우리·농협·국민·하나은행도 베트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지 리테일 영업 등을 강화하고자하는 목적으로 지난해 1월 3일 현지 해외법인을 개점하고 23일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한화생명베트남과 방카슈랑스 업무 제휴를 맺고 글로벌 위비뱅킹을 오픈했다. 같은 해 5월 베트남우체국보험과 손해보험부문 방카슈랑스 업무 제휴를 완료했고 9월 자체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노이, 호치민, 박닌 등 3개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도 현지 법인에 집중 투자하면서 베트남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베트남투자공사와 공동으로 베트남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법인 설립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틴팟의 지분 100%를 인수해 추가증자를 하고 베트남투자공사의 자회사인 SIC에 지분 30%를 매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국내 운용업계에서 사무소 설립이나 일부 지분투자는 있었지만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CBV증권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현지법인 NHSV를, KB증권은 지난해 11월 인수한 베트남 자회사 KBSV를 각각 출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380억원 규모의 베트남법인 유상증자에 참여해 베트남 시장 내에서 대형 증권사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도 베트남 진출 움직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2일 롯데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최종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신용카드 및 소비자금융 라이선스 획득은 국내 카드사 중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하나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의 국제결제원 ‘나파스’, 결제솔루션 제공업체인 ‘알리엑스’ 등과 베트남 지급결제 활성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나카드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베트남 내 카드결제 확대를 위한 사업지원, 모바일, 비접촉 결제 등 비현금 결제서비스의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이에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 어렵다”며 “베트남은 경제성장률도 높고 소비 대상인 젊은 인구도 많고 과거 한국과 같이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자 마진도 높고 대출이자도 높은 편이라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신흥국이라 위험 부담이 크다”며 “규제도 오락가락 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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