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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805>]-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노후 운명 쥔 620조 곳간지기…“기대보단 우려”
전문성·독립성 요구 여론 속 정부코드 낙하산 인사 요직배치 논란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06 00:45:03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질병, 사망 등에 대비해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988년 도입된 사회보장제도다. 처음 도입될 당시만해도 5300억원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은 2003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날이갈수록 규모가 불어나 올해 초 기준 무려 630조원에 달하는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 규모만큼이나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내주식에 투자한 자본규모만 무려 136조원 이상으로 ‘자본시장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주권행사를 강화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및 정치권 등 외풍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다. 문재인정부가 재벌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을 동원한 관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을 앞두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이를 둘러싼 독립성 논란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최근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있는 국민연금이 독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수장부터 요직까지 전문성과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송파지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632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국민연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연금을 관리하는 수장부터 요직까지 전문성과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가 속속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독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도록 하는 주주권 행사 지침이자 모범규범을 일컫는다. 단어 뜻 그대로 기관투자자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주주로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자본시장 대통령’ 주주권 행사 강화…“기대보단 우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준 632조원에 달하는 자산 중 국내주식에만 136조원(21.5%)을 투자하고 있다.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70곳이 넘고, 10%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도 90곳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도입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막대한 지분을 가졌음에도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종이호랑이’, ‘주총 거수기’ 등의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아 왔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논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는 의도다.
 
▲ 자료: 국민연금관리공단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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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민연금은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종식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비율은 16.6%로 전년 대비 2.4%p 증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러한 노력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긍정적 반응과 동시에 우려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는 정부 및 정치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관치, 연금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이유에서였다. 현재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더했다.
 
국민연금의 지분 투자 활동은 기금운용본주(CIO)에서 주로 맡는다. 이사장은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아 투자 위험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교롭게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제청 한다.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에 공감했다.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정치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관련 책임자의 개인적 이해관계 등 이해상충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세부원칙을 이행해 독립성있는 조직 구조를 갖추고 주주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주주활동 유형과 범위, 절차 및 기준, 법규 준수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부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공적연금의 독립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최대 연금 중 하나인 일본의 후생성 연금보험 및 국민연금(GPIF)은 투자만 전담하는 독립 행정법인으로 정부와 분리돼 있다. 기금운용 역시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이사장부터 감사, 기금운용본부장까지…코드·학연·지연 등 낙하산인사 논란 요소 충분
 
국민연금이 독립성 확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현재 국민연금 주요 인사가 현 정부와 학연, 지연 등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 코드 인사가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걸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성주 이사장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정치인 출신으로 취임 전부터 전문성 우려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김 이사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지역 도의원을 지내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을 맡은 이력 외에 기금운용과 관련한 경력은 전무하다.
 
특히 문재인정부와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은인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대선캠프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단장을 맡아 복지 관련 공약과 정책을 담당했다.
 
지난달에는 국민연금 감사로 선임된 이춘구 감사 역시 독립성 결여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감사는 김 이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선배이자 동향인 전주 출신이다. 국민연금 감사는 63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연금공단 업무 전반과 기금운용 내역 등에 대한 감사 역할을 총괄해 사실상 국민연금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최근 10여 년간 국민연금 감사는 회계·감사분야 전문가가 맡아왔다.
 
최근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거론되는 유력 후보를 두고도 전문성 부족,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공모에 참여한 16명 중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보자 8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서류·면접 결과를 토대로 규정에 따라 3~5명의 후보자가 김 이사장에게 추천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이들 중 1명은 선정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이달 말이나 내달 초 CIO를 임명할 계획이다.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곽태성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자문역 등이 꼽힌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KIC 기금운용위원과 투자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곽 후보자는 2008년 초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가 1년 만에 10분의 1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도 2011년 메릴린치에서 받은 배당금 절반 이상을 재투자한 바 있다.
 
윤 후보자는 2001년부터 국민연금에서 운용전략실장, 대체투자실장 등을 역임했지만 고향이 전주로 김 이사장과 동향이다. 감사에 이어 CIO까지 동향 출신인사가 꿰찰 경우 김 이사장의 권한이 막강해지는 만큼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조직 구성상 정부 및 정치권 등 외풍에 휘말리기 쉬운 만큼 독립성 확보와 견제 장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며 “사실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독립되지 않는 이상 이사장은 정부 입김에 기금운용본부는 이사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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