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만해도 조정 양상을 보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정부 대북특사단의 북한 방문 이후부터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후 첫 거래일인 4월 30일에는 2515.38p를 찍으면서 약 3달여 만에 2500p를 넘겼다. 증시 활황의 배경에는 남북경제협력주(이하·남북경협주)의 상승세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부터 인프라, 건자재, 철강 관련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들 기업의 주가 또한 고공행진했다. 심지어 대북 지원 기대감에 비료나 사료주 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남북경협주의 상승세를 이용해 개인 주머니를 챙긴 일부 기업 오너들의 존재가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 매도는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투자자 피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가 남북경협주로 인한 주가 급등 이후 지분 매도에 나서고 있는 일부 기업 오너의 주식거래 현황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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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북한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른바 ‘남북경제협력주(이하·남북경협주)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악재로 분류됐던 북한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는데다 본격적인 북한 개발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경협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일부 기업 오너 일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분을 대거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 온 주식시장의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오너 일가나 경영인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에서는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곤 한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수건설, 남북경협 기대감에 주가 3배 급등…오너 일가 한 달새 23차례 지분 매각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71년 설립된 특수건설은 철도 및 도로지하횡단구조물 비개착 시공, 대구경 교량기초시공, 쉴드터널 시공과 산업플랜트 제작 등 인프라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서해대교와 광안대교, 인천대교 등을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원주-강릉 복선전철사업과 연계한 철도터널을 시공하기도 했다.
특수기업 주가는 기초토목 시공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남북경협주로 편입됐다. 이곳 주가는 지난 3월 5일 정부 대북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자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4020원에 불과했던 특수건설의 주가는 남북회담 개최 이후 첫 거래일인 4월 30일 상한가를 치며 1만750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 15일에는 1만24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 대비 무려 3배 이상 급등한 금액이다.
주가의 급등 시기에 맞춰 특수건설 오너 일가는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했다. 김중헌 부회장(대표이사)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한 4월 20일부터 5월 17일까지 약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다.
4월 20일 33만1680주를 주당 8961원에 장내매도한 데 이어 ▲4월 30일 5만3000주(주당 1만333원) ▲5월 15일 8만2020주(주당 1만1775원), ▲5월 17일 1만주(주당 1만2020원) 등을 각각 매각했다. 해당 기간 총 47만6700주를 처분해 46억여원을 현금화했다.
특수건설 오너일가가 4월부터 5월까지 시장에 매각한 주식은 총 104만6282주에 달했다. 발행 주식의 10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특수건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은 총 10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수건설 오너 일가는 지분을 매각한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처분 공시를 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사실을 뒤늦게 알려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려던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최대주주의 지분변동 공시는 일주일 이내 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수일 내로 공시를 하는 편이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이 늘어났을 경우엔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지분 매각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돼 투자자들 입장에선 악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주 편승한 전선업계 ‘빅4’…상한가 치자 지분매각 나선 대원전선 오너家
전선업계 빅4인 대원전선 주식은 북한 인프라 개발 기대감에 남북경협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곳 역시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경제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그 시기를 틈타 오너 일가는 지분 매각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원전선은 전력 및 통신케이블을 주력으로 각종 전선류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전선업계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 가온전선의 뒤를 이어 업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원전선 역시 남북경협주로 분류돼 올해 초 109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3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더니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인 지난 23일에는 2990원까지 올랐다. 이곳 주식은 지난 3월 19일에는 주가가 일정기간 급등하는 등 단기과열 가능성이 제기돼 3거래일 동안 단일가매매 조치를 받은 바 있다. 5월 들어선 5거래일 만에 45% 이상 급등하면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원전선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며 급등하던 시기에 맞춰 오너 일가인 서명환 사장과 그의 아들 서정석 상무 등은 보유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서명환 대표는 지난 11일 보통주 100만주를 주당 2238원에 처분한 데 이어 14일 50만주를 주당 2545원에 추가 매도했다. 처분한 주식수는 총 150만주에 달한다. 이를 통해 약 35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중에 넣게 됐다. 아들인 서정석 상무 역시 14일 50만주를 주당 2805원에 매도해 14억원 이상을 현금화했다.
대원전선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각한 당시 주가는 올해 초에 비해 3배 가까이 급등한 상태였다. 서 대표가 100만주를 매도했던 11일 종가는 전일 대비 14.29% 올랐고, 14일에도 전일 대비 29.86% 오르는 등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주목되는 점은 오너일가가 한창 주식을 팔던 시기에 맞춰 계열사인 갑도물산은 대원전선 지분을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갑도물산은 대원전선 지분 29.13%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갑도물산 지분구조는 서명환 대표 85.46%, 서정석 상무 10.63% 등으로 구성됐다. 개인 소유 지분을 매각하는 소유해 사기업을 통해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은 유지한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은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돼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며 “단순히 시세 차익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주가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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