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수도권을 잇는 신분당선의 광교-호매실 구간 연장 공사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 당시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을 확정·고시한지 1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공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하철 개통을 염두하고 호매실지구로 터전을 옮긴 주민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입주 당시 적지 않은 분담금을 냈음에도 차일피일 공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의 불만은 집단행동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신분당선 연장 공사를 재계획해 타당성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사업’ 공모에 신청하는 등 뒤늦게 주민 반발 진화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인기끌기에만 급급한 포퓰리즘성 도시개발 계획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신분당선 연장공사 지연 논란과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현장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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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개통을 염두하고 적지 않은 주민분담금까지 지불하고 호매실지구로 이사 온 주민들은 12년째 착공조차 하지 못한 현실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6년 연장 계획을 확정한 정부와 정치권이 돌연 입장을 바꾼 후 어떠한 후속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인기끌기에만 급급한 포퓰리즘성 도시개발 계획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제2의 노무현정부’로 평가되는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로 인해 벌어진 이번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교-호매실 잇는 신분당선 연장 공사, 수익성 문제로 착공 조차 못 해
신분당선은 강남역부터 수원 광교를 잇는 19.2km 길이의 노선이다. 지난 2011년 강남역과 정자역을 잇는 1차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2016년 정자역과 광교(경기대)역 간 2차 구간이 개통됐고 지난 4월 미금역이 추가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띄게 됐다.
신분당선은 현재 운행 중인 구간 외에 북부와 남부 노선 연장이 예정돼 있다. 강남에서 용산을 잇는 북부 노선은 이미 공사에 착수했다. 강남역-신사역 구간도 착공을 시작해 2022년 개통 예정이다. 신사역-용산역 구간 역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당초 계획된 수원 서부로 연장되는 남부 노선은 첫 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3년 공공투자관리센터(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고 2006년엔 국토교통부가 노선 연장을 확정·고시했음에도 무려 12년 넘게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총 사업비 1조1169원에 달하는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은 당초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에 발맞춰 맞춰 인근 호매실동과 금곡동 주변 신규 택지지구의 개발도 시작됐다. 신규 택지지구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지하철 개통으로 시세 상승까지 기대됐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은 공사에 필요한 분담금으로 1500억원을 흔쾌히 부담했다. 앞서 광교신도시에서 분담한 3500억원을 합치면 주민분담금 규모는 총 5000억원에 달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감언이설 12년…주민 불만에 정부·지자체 뒤늦은 대응
2011년 입주 당시에만 해도 신분당선 호매실노선 연장 공사를 기대했던 주민들은 현재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단행동에도 나섰다. 부동석 호매실 총연합회 회장은 “‘언젠가는 진행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달라진 부분이 없다”며 “주민들이 강하게 행동하고 탄원하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해 공동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매실지구 주민 강승봉(가명) 씨는 “2006년에 연장이 확정됐으면 그때 바로 추진해서 공사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이 12년을 떠돌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와버렸다”고 말했다.
김정민 칠보9단지 입주민연합회 회장은 “주민들은 오래 기다려서 약속이 이행되길 바랐는데 여전히 공사는 감감 무소식이다”며 “주변 상가 홍보 팸플릿에도 호매실역이 언급돼있는데 정작 역은 없으니 주민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은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정책이 이명박,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호매실지구 주민 박영자(가명) 씨는 “정부가 바뀌면서 추진된 정책이 중단되는 부분이 많은데 신분당선 연장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며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것을 갑자기 민자 사업으로 한다고 언급하면서 공사 진행이 더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김은곤 호매실 총연합회 부회장은 “12년 전부터 정치권은 해주겠다고만 했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자신들의 선거나 정책에만 이용해왔다”며 “고시까지 났던 정책인데 타당성 조사만 되풀이대면서 공사가 늦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호매실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는 입주민연합회 이름으로 신분당선 연장 공사의 착공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위치한 세종청사에서 항의집회를 연데 이어 오는 12월 9일에도 지역 내에서 신분당선 연장공사 착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호매실지구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정부 및 지자체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사업’ 공모에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 사업을 제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역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신분당선 연장 계획을 대폭 수정해 재계획 용역을 신청했다. 1조2000억원에 달했던 사업비를 줄이고 사업규모도 일부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 타당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호매실지구에서 간담회를 가진 김현미 장관은 “정부가 택지지구를 만든다고 했을 때 교통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했어야 하는데 따로 추진하면서 지지부진해졌다”며 “신분당선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국민과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에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부동석 호매실 총연합회 회장은 “재계획 용역 결과와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사업의 결과는 오는 12월 중순 쯤 나올 전망이다”며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 형태가 변경되는 등의 이유로 공사가 지연돼왔는데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매실지구 주민 김유환 씨는 “분담금까지 냈는데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크다”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주민들의 신뢰 역시 깨지는 만큼 지금이라도 약속을 이행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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