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냉랭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이를 빌미로 접경지 등에서 토지 값을 부풀려 판매하는 기획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사전에 싼 값에 토지를 확보한 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앞세워 투자자를 속여 비싼 값에 되파는 식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이 직접 토지 매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구제조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 규모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대적인 단속 등 정부 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남북 접경지 부근 기획부동산 사기 실태와 피해자, 전문가 등을 만나 관련 내용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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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이를 빌미로 접경지의 토지를 비싸게 부풀려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기존에 싼 값에 투자를 매입한 후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개발 등의 거짓 정보를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해 토지 값을 비싼 값에 되파는 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기획부동산의 말에 속아 토지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나중에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마땅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기획부동산의 교묘한 말들에 속아 큰 재산적 피해를 입었지만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피해 규모가 날로 거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남북 관계 훈풍 빌미 파주·연천 등 접경지 기획부동산 기승
일반적으로 기획부동산은 허위정보를 이용해 특정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하도록 해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기획부동산 회사는 특정 토지를 값싸게 사 여러 명의 투자자에게 지분투자, 공동투자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이른바 ‘쪼개팔기’식으로 이윤을 착취한다.
최근 남북관계 훈풍이 불면서 경기도 파주와 연천, 강원도 고성 등의 접경지 부근의 토지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기획부동산에 의한 거래로 의심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5년 간 파주, 연천군의 토지거래 면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파주의 경우 지난 2014년 1669만㎡ 이후 △2015년 1582만㎡ △2016년 1546만㎡ △2017년 1476만㎡ 등으로 약 1500선을 유지해오다 올해 10월 2128만㎡으로 급등했다. 연천군의 경우도 비슷했다. 연천군은 지난 2014년 967만㎡ 이후 △2015년 1039만㎡ △2016년 838만㎡ △2017년 930만㎡ 등을 기록하다 올해는 1351만㎡의 토지가 거래 됐다.
특히 이곳 접경지 일대의 거래는 대부분 지분거래로 파악됐다. 토지·건물 실거래가앱인 밸류맵이 국토교통부의 토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10월 1일∼11월 21일 계약한 경기 지역 지분거래(8582건)를 분석 결과에 따르면 1∼3위가 모두 접경지였다.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가 2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210건,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175건 등의 순이었다.
실제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김포시에 사는 안인숙(여·45·가명) 씨는 올해 8월 지인으로부터 ‘파주시에 있는 땅에 투자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안 씨는 한 경매사무소에 갔고 사무소 직원은 안 씨에게 현재 3.3㎡당 16만원하는 땅이 몇 년 뒤에는 100만원 이상 올라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의 이윤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소 직원은 해당 필지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호재가 둘러싸여 있고 제2의 개성공단이 조성이 확정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안 씨는 “부동산에 대해 무지해서 좀 더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고 싶었지만 경매소 직원은 고민할 찰나를 주지도 않았다”며 “서랍에서 수북히 쌓인 계약서 등을 보여주고 수시로 ‘주변에 역과 철도가 생기는 상업지는 이 곳 뿐이다’는 식으로 세뇌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경매소 직원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한 사람이 들어와 먼저 땅을 사는 척 했었다”며 “조급한 마음에 결국 필지를 눈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거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거래 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기쁨에 잠겼지만 알고 보니 해당 필지는 확정된 호재가 아무 것도 없었고 환불을 요청하자 토지 등록까지 마무리 돼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성토했다. 이후 안 씨는 경찰서를 찾아 신고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거주 중인 이보석 (57·남·가명) 씨는 올해 파주시 산남동에 위치한 한 임야를 평당 약 180만원에 상당수 구매했다. 이 씨가 찾아간 Y경매 관계자는 해당 필지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향후 산업단지로 개발되고 가까운 미래에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관계자에게 설득돼 산남동의 한 필지 지분을 약 5000만원에 샀다. 이후 이 씨의 아들이 해당 필지의 공시지가를 확인해 본 결과 올해 1월 기준 16만원 대에 불과 했다. 이 씨는 그제서야 기획부동산의 사기임을 알았지만 달리 조치할 수 있는 대책은 없었다.
사기 인지해도 피해입증 사실상 불가…토지거래 시 선행 공부 및 주의 요망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의 가장 큰 문제는 사기를 당해도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죄를 적용시키려면 거래 과정에서 기획부동산 업체나 개인이 부동산의 투자가치, 실현 가능성을 속였거나 잘못된 정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통상적으로 서류가 투자자의 판단으로 결정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된다. 이런 경우는 투자자가 직접 해당 거래가 사기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접경지 지역들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개발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이 중에서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많다. 파주의 경우 접경지역 대부분은 소유자가 농사를 짓는 농지다. 1996년 농지법 제정 이후 투기 및 미경작 농지 방지를 위해 이 지역 토지는 소유자 자경(自耕)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를 구매할 시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지분 관계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하고 거래 시에는 여러 정황 증거를 획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 팀장은 “기획부동산들은 공유지분 형태로 토지를 파는데 이렇게 되면 권리관계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으로 해당 토지를 개발하기 어려운 것을 물론이고 설령 대규모 개발 호재가 있다고한들 보상절차 또한 복잡하다”며 “구체적인 개발 이슈가 없는 토지를 샀다가 투자금이 묶이거나 재산적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토지 거래 시 주변 이슈 등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해도 피해자가 증명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법안을 개정해 기획부동산 사기 기준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부동산 피해자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이광휘 법무법인 포유 사무국장은 “토지 매매가격이 일정 폭 이상 급등하거나 공유인 수가 지나치게 많을 때 등을 기획 부동산 사기로 규정하면 기획부동산 사기를 보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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