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우리는 살면서 머리를 자르지 않은 적이 없다. 남녀노소 주기적으로 외모를 단정하게 하거나 또는 꾸미기 위해 머리를 자르러 간다.
머리를 자르러는 어디로 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바로 이발소와 미용실이다. 요즘에는 미용실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발소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발소라고 하면 나이 든 중년 남성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이발소를 찾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현재 이발소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이를 자세히 듣기 위해 김선희 한국이용사회중앙회장을 만나 보았다.
약 80년의 역사 한국이용사중앙회… 회원 권익 보호에 앞장서
한국이용사회중앙회는 1946년 전국이용사총연합회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1982년 한국이용사회중앙회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현재 31대 김선희 회장이 지부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전국에 157개 지부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주무 관청인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설립된 직능 단체로 회원들의 복리증진과 권리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은 이용사는 소상공인 중에서도 소상공인이라고 말했다.
“정말 빈말이 아니고 이용사들은 소상공인 중에서도 소상공인이에요. 소상공인연합회에 속해 있는 단체 중 기업인으로 볼 수 있는 분들도 계신데 이용사중앙회는 회장인 저부터 소상공인이고 삶 자체도 서민층이니 소상공인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용인과 미용인의 업무 범위 명확하지 않아… 업계 가슴 깎아먹는 일
이발과 미용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김선희 회장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발은 머리카락이나 수염을 깎아 용모를 단정히 해 주는 것인데 복지부에서는 관련 학교를 졸업하거나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에 한해서 이용사를 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게 미용사예요. 복지부에서는 사회적인 분위기상 이용사와 미용사의 업무 범위를 정해 놓으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한발 빼는 입장이지만 저희 이용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것은 불법이라고 생각해요.”
“복지부에서는 그래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해요. 대표적으로 이용에 아이롱펌이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는데 미용 쪽에서 그것이 자기들 고유의 업무라고 저희를 상대로 고소까지 한 상태예요. 이용인의 입장에서는 손님의 머리를 깎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용업의 가슴을 깎아먹고 있는 셈이죠.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한 이런 시비는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김 회장은그뿐 아니라 이용사의 업무 범위가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 중 이발소에서 안마를 안 해 본 분이 없어요. 순수하게 안마를 해 주는 건데 그게 의료법에 저촉이 되니 손톱을 잘라 준다거나 무릎을 주물러 주는 서비스 등 다양성이 규제를 받고 있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지금 확산돼 가고 있는 공유 경제와는 반대로 가는 꼴이 된 셈이에요.”
미용실에 비해 찾는 손님 적은 이발소… 변화해야 살아남아
이발소는 대체로 중년 남성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는 거의 가지 않는 추세인데 김 회장은 이런 세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예전에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이라고 가는 곳이 딱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1980년대 이후부터 중·고등학생 두발 자유화가 되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미용실로 데리고 가면서 이발소 수요는 점차 감소했어요. 그 애들이 성인이 되어도 어렸을 때부터 갔던 미용실로 계속 가게 되는 거죠. 또 이용사들은 고령화가 돼서 폐업을 하다 보니 점포는 줄어들고 있지만 미용실은 오히려 프랜차이즈화로 더 많이 생기고 있으니 상반된 입장이 됐죠.”
이발소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은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중앙회장에 취임한 이후 인식의 변화와 도전·열정 등을 회원들에게 늘 강조해 왔어요. 끊임없이 미래를 내다보며 공부를 해야 하고 새로운 변화와 물결에 적응해야 이용사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결국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느 업계든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시대가 바뀌면 그에 맞춰서 가야 하죠.”
“그러려면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잘 살펴봐야 해요. 특히 사회연결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젊은 층의 문화가 주목받게 됐는데 그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적응해야 해요. 예전 이발소 분위기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젊은 층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을 연구하고 그에 맞춰야 이발소를 이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이용사들이 독단적인 생각보다는 이용사회중앙회와 함께 발맞춰서 나아가야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용실은 프랜차이즈화까지 될 정도로 엄청난 시장이 됐잖아요. 이용은 그 규모가 미용에 비해 작기 때문에 프랜차이즈화까지는 욕심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이용사회중앙회와 동행해서 가는 것이 옳은 길이에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이용사도 변해야 해요. 대부분의 이용사들은 자기 주도의 독단적인 독창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시대는 달라졌어요.”
“이발소와 미용실은 다른 것이라고 그냥 선을 그어 버리고 이용사회중앙회에서 추구하는 변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하면 결국 이용사들의 처지는 나아질 수가 없어요. 요즘 소비자들이 예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용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발소를 이용하는 경우는 없어요. 결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상황에 맞춰서 이용사들이 따라가야죠. 저도 이용인들 모임 세미나에서 엄청나게 강조를 해요. 이대로 고집부리면 모든 이용인들은 도태되고 업계 모두가 죽는다고 했죠. 전국에 있는 이용사분들이 이용사회중앙회와 하나가 돼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용사의 전망 어둡지 않아… 유입 인구도 꾸준
이용업의 전망은 어떨까. 김 회장은 이용사야말로 신의 한 수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인공지능(AI)가 활성화된 4차산업 시대잖아요. 흔히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고 하면서 없어지는 직업들이 나열되는데 이용사는 거기서 벗어나 있어요. 손끝에서 시작하는 아트이기 때문에 AI가 이 직업을 대체하기는 힘들어요. 내가 얼마나 손기술이 뛰어나고 반복을 통해 숙련공이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들 이용사를 대체하기는 힘들죠.”
“이용사 자격증을 1년에 4000명 정도가 취득해요. 국가기술자격증 중 이 정도로 취득하는 인원수가 많은 건 드물어요. 직장을 은퇴한 후 이발소를 차려서 운영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이용사라는 직업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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