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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권력과 뇌과학, 그리고 신한카드
미국 비자카드는 점심시간에도 근무?
붉은 원숭이로 밝힌 뇌와 권력의 양면성
이상준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9 00:02:40
붉은 원숭이는 뇌와 권력의 비밀을 여는 계기였다. 수컷 원숭이들은 종종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다툰다. 싸움에서 이긴 원숭이는 사나웠지만 진 원숭이는 예외 없이 부드러웠다. 미국 동물생태학자 캐런 쉬블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붉은 원숭이 사회를 연구했다. 쉬블리는 수컷들의 싸움과 권력 형성을 관찰하면서 호르몬을 조사했다.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다툰 원숭이들은 승패에 따라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가 달라졌다. 권력을 거머쥔 원숭이 호르몬을 조사하니 남성성을 대표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눈에 띄게 높았다. 원숭이 연구로 권력의 특징을 성찰한 쉬블리는 인간 사회도 권력의 특징과 사회 구조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권력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든다? 권력을 가지면 전두엽 활동이 늘어난다. 머리 앞쪽에 있는 전두엽은 기억과 사고·추리하는 두뇌로 고등 정신 작용을 관장한다. 전두엽이 활동이 늘어나면 인지능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까닭에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게다가 자신감과 자율성도 높아져 확신을 갖고 의견을 주장하는 용기마저 갖게 된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강조한 영국 뇌과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권력을 갖게 되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목표 달성이나 자기만족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슨은 성공을 통해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이 사람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들어서 승리할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승자 효과는 권력을 가진 우두머리를 더 똑똑하고 더 공격적으로 만든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생긴다. 똑똑하고 공격적인 성향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사람이 권력을 쥐면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거울뉴런이 덜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거울뉴런이란 상대의 말과 행동을 따라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이다. 캐나다 윌프리드로리어대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가 권력을 가졌을 때를 떠올리면 거울뉴런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권력을 가지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권력자가 모두 소통하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지만 오만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2016년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면 된다”고 말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똑똑한 줄 알았던 교육부 관료의 망언은 뇌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이해할 수 있다. 뇌과학은 갑질의 심리가 어떻게 생기는지 보여준다.
 
신한카드 신임 사장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신한금융그룹은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를 이끌 대표이사로 박창훈(57) Payment그룹 본부장(상무)을 선택했다. 상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로 발탁됐으니 파격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창훈 대표는 1월에 열린 상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파격적인 의견을 쏟아 냈다. 귀에 솔깃한 발언은 “비자카드 본사에 가 봤더니 다들 점심 시간에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하더라”였다. 신한카드 임직원에게 점심 먹으러 가는 시간을 절약하자는 뜻으로 읽힐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실적과 야근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어도 점심시간을 문제로 삼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점심시간과 관련된 기사에는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밥도 제대로 못 먹게 하고 싶냐”는 댓글이 달렸을 정도다.
 
회식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박창훈 대표는 부서장에게 평일에 회식하지 말라고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저녁에 술을 마시면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이 있으니 술을 마시려거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마시란 뜻이다. 직장인에게 회식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기업과 상사는 소통과 협업을 위해 회식을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아랫사람은 근무 외 시간에 윗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걸 꺼리기 마련이다. 이런 세태와 달리 신한카드는 소통과 협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섬찟한 발언도 들렸다. 난 팀장도 못하면 자를 거다? 임원이야 임기가 정해졌으니 계약직으로 볼 수 있으나 팀장급 부서장은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변화를 강조한 박창훈 대표의 발언은 근로기준법을 무시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박창훈 대표는 승자 효과를 누렸다. 신한카드가 지난 10년 동안 업계 1위를 지킬 때 박창훈 대표도 팀장과 부장을 거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1월부터는 직장인의 꿈인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추격을 따돌리고 1위를 지키려는 신한카드 사령탑의 자신감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승승장구한 신임 사장의 업무 지시가 갑질로 보일 여지도 크다. 특히 팀장급 간부조차 성과에 따른 인사조치가 두려워진다면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시도를 달가워 할 리가 없다. 신한카드는 과연 똑똑하고 공격적인 걸까, 아니면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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