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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위증 혐의를 받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른바 ‘VIP 격노설’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통해 접한 내용이라고 주장하며 진술의 신빙성에 여지를 남겼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김 전 사령관의 변호인 김영수 변호사는 “김 전 사령관이 ‘대통령이 화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은 인정했다”며 “하지만 이는 대통령이나 장관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닌 소문을 통해 전해들은 것으로, 지금까지 누구에게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밝힐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당시 대통령과 장관 모두 격노한 사실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김 전 사령관도 자신이 들은 정보가 맞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VIP 격노’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박정훈 대령에게 해당 발언을 실제로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사령관이 들었다고 했기 때문에 아마 박 대령에게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이번 영장심사에서 김 전 사령관 측은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고 △위증 혐의는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며 △조사 과정에서의 휴식권 침해 등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 기각을 요청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박 대령의 항명죄 재판 과정에서의 위증 혐의에 불과하며,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설령 위증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관련 증거는 이미 확보돼 있어 신병 확보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민영 채상병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전 사령관이 국회와 법정에서 반복한 증언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군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연락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도 이후 이를 부인해 국회와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고 판단,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으며, 남 판사는 전날 내란·외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김 전 사령관의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월~8월 해병대 최고 지휘관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초기 대응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후 박 대령이 ‘VIP 격노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심문에서 관련 사실을 사실상 시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김 전 사령관의 구속 여부는 향후 VIP 개입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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