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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런 곳이!” 오늘 당장 경북 동해안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경북 동해안, 4월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에 선정
경주-포항-영덕-울진 순으로 나흘간 둘러보면 굿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1-20 18:30:13
 
▲ 여행객이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의 ‘누워 있는 주상절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요희 기자
 
경북 동해안 일대가 지난 4월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에 지정되었다. 이 제도가 생긴 지는 10년밖에 안 됐지만 세계 48개국 213개 경관이 유네스코 공식 지질공원 목록에 오르면서 국내·외 여행업계에 돌 구경, 바위 구경 붐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경북 동해안 외에 제주도·청송·무등산권·한탄강·전북서해안권·단양의 7곳이 유네스코지질공원에 선정되었으며 북한 백두산도 올해 4월에 이름을 올렸다.
 
경북 동해안 지역을 온전히 둘러보려면 몇 달도 모자라겠지만 경주-포항-영덕-울진 순으로 한 도시에 하루씩, 나흘만 투자하면 어느 정도 이 지역의 지질을 파악할 수 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과 타포니 석굴 사찰 ‘골굴사’
 
▲ 경주 양남의 ‘부채꼴 모양 주상절리’는 국가지질공원 엠블럼의 모태가 됐다. 임요희 기자
 
이들 네 도시에 걸친 지질공원의 면적은 2693.69㎢로 경주 양남 주상절리, 포항 흰디기, 영덕 죽도산, 울진 성류굴 등 총 29개 지질명소를 포함한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하서항 해안을 따라 약 1.7km가량 이어지는 경주 파도소리 부채길은 ‘주상절리의 박물관’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 지층의 화려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국가지질공원 엠블럼의 모태가 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지질 명소로 통한다.
 
일반적인 주상절리가 육각의 수직 기둥 모양을 띤다면 양남 주상절리군은 부채꼴 모양, 기울어진 모양, 누워있는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는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매우 희귀한 예다. 이 지층은 약 46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Miocene)에 경주·울산 해안 일대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지표로 분출한 뜨거운 현무암질 용암이 이곳에 있던 구덩이로 흘러들었는데 차가운 벽면에 닿은 순서대로 육각형의 형태로 금이 가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굳었다.
 
한편 용암이 연못을 향해 흘러들던 길에는 길게 누운 주상절리들이 도열해 있다. 흐르는 용암이 차가운 수로 양 벽면에 닿아 급격하게 식는 과정에서 가로로 금이 가게 됐고 누운 형태의 기둥으로 남은 것.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경로도 이와 비슷하다. 뜨거운 용암이 비스듬한 땅 위로 흐르면서 급격히 수축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표면을 갖게 되는데 균열이 내부로 전달되면서 국수가락과 같은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
 
▲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연상시키는 골굴사. 임요희 기자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골굴사는 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굴 사찰로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연상시킨다. 응회암 절벽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타포니)에 여러 기의 불상을 들였는데 지그재그로 계단이 나 있어 언덕 꼭대기 커다란 마애타불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이 4m의 마애여래좌상은 긴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닳아가는 와중에도 입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깊고 또렷하다. 이 불상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응회암의 경도가 약하다 보니 석굴도 쉽게 만들어지고 사람이 바위에 부처를 조각하는 일도 쉬웠지만 그만큼 손상이 쉬워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태다.
 
골굴사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선무도’라는 전통 무예 수련을 진행 중이다. 오후 3시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무예 시범 공연이 열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퇴적암 전시장’ 포항 흰디기 바위 일대
 
▲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흰디기는 백색의 유문암질 화산재 지층으로 구성돼 있다. 임요희 기자
 
신생대(약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지질 시대) 한반도의 동해안은 지각이 갈라지고 땅이 움직이는 격변을 겪었다. 한반도와 붙어 있던 일본은 이 바람에 멀찌감치 떨어져 나갔는데 그 사이로 깊고 푸른 동해가 생겨났다.
 
포항의 선바우·흰디기·먹바우는 격렬했던 지각운동의 과정을 온몸에 기록하고 있는, 자연이 제작한 타임캡슐이다.
 
선바우 일대에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질 각력암과 응회암이 분포한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흰디기(하얀 언덕)는 백색의 유문암질 화산재 지층으로 구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흰디기는 규소나 알루미늄이 많이 포함된 마그마가 마치 삼페인을 따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지표에 쌓인 것이라고 한다.
 
높이 10m의 선바위에는 크고 작은 검은색 현무암들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다.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표로 상승하여 볼록한 언덕 지형을 만들었다가 급작스럽게 붕괴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각력암’이라 부른다. 또 선바우 단면에 보이는 암석의 쪼개진 틈은 동해가 열리면서 발생한 화산활동과 지각운동의 결과다.
 
인접해 있는 지역 간에 암석의 색깔과 성분이 다른 것은 좁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화산 활동으로 성분이 다른 마그마가 분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바위는 이 화산체들이 비바람에 깎이고 하천으로 운반되면서 쌓인 퇴적암이다.
 
좁은 지역에서 현무암질 화산활동과 유문암질 화산활동 그리고 하천의 발달이 연이어 일어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바위 색깔은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의 색이나 화학성분에 따라 달라지는데 밝은색 광물이나 가벼운 원소(규소·알루미늄)가 많은 암석은 백두산 같이 밝은색을 띠고, 어두운색 광물이나 무거운 원소(철·마그네슘)가 많으면 제주도 현무암과 같이 검은색을 띤다.
 
한편 포항에서 발견되는 퇴적암 지층인 두호층(Duho Formation, 斗湖層)은 셰일(이암의 일종)과 사암이 겹을 이루는 사이사이 해양포유류,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극피동물, 방산충, 유공충 등의 다양한 화석이 존재하는 암석을 일컫는다.
 
흰디기 일대에서는 해안에서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포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상생의 손’이 있다. 상생의 손을 떠받치고 있는 동해 바닷속에는 오래전 솟아오르고 깎이는 변화를 통해 형성된 계단 모양의 지형이 자리하고 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 역시 경북 동해안 지질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영덕해맞이공원 ‘약속바위’와 ‘죽도산’
 
▲ 영덕해맞이공원의 명물 ‘약속바위’.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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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강축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영덕해맞이공원은 전면의 푸른 바다와 뒷면의 넓은 초지 그리고 해송조림지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특히 이곳 해안 산책로에서는 2억 년 전 지하에서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화강섬록암이 발견된다. 달마시안을 연상시키는 얼룩덜룩한 화강섬록암은 밝은 화강암질 마그마 덩어리에 어두운색의 염기성 마그마가 폭발적으로 섞여 굳어진 것이다. 이를 포유암(enclave)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쪼개진 절리(단열)가 쉽게 관찰된다. 특히 영덕해맞이공원 전망대를 따라 이어지는 덱 아래에는 명물 ‘약속바위’가 있다. 암석의 갈라진 틈이 마치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손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또 바위 표면이 오목한 그릇 형태를 띤 것들도 관찰되는데 이는 파도가 자갈을 빙글빙글 돌려서 깎아 만든 돌개구멍이다.
 
▲ 지하 깊은 곳에 있다가 마그마에 붙잡혀 올라온 포획암. 죽도산에서 만날 수 있다. 임요희 기자
 
영덕의 죽도산은 육계사주(陸繫砂洲)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지질공원이다. 육계사주란 파랑과 연안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와 자갈이 쌓여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퇴적 지형을 말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죽도산은 섬이었다고 한다. 자연은 무슨 큰 뜻이 있어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을 육지의 품안으로 옮겨 놓은 걸까.
 
죽도산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면 지긋이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바위’를 발견할 수 있다. 다섯 층의 사암과 역암으로 구성된 얼굴바위는 퇴적암이 형성된 이후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이 일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됐을 것이다. 먼저 사암과 역암의 기울어진 층리가 얼굴과 목, 턱선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 뒤에 암석의 깨진 틈을 따라 역암의 입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눈이 생겨났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금물이 퇴적암을 지속적으로 갉아내면서 이목구비가 또렷해졌을 것이다. 사람은 성형외과에서 순식간에 코도 세우고 눈도 크게 만들지만 자연은 사람 얼굴 하나 만드는 데 기꺼이 억겁의 세월을 바친다.
 
자연은 깎는 것만 잘하는 게 아니다. 메우는 데도 천재다. 죽도산에는 모래나 자갈의 틈 사이를 메우고 있는 푸른빛의 암석이 있다.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것으로 이렇게 다른 암석의 상처를 메운 암석을 ‘암맥’이라고 한다.
 
한편 마그마는 분출 과정에서 지하 깊은 곳에 있던 암석들을 뜯어다가 육지 위로 가져다 놓기도 하는데 이렇게 마그마에 붙잡혀 올라온 암석을 포획암(xnolith)이라고 한다.
 
포획암은 죽도산 아래에 어떤 암석들이 잠자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죽도산은 대체로 변성암(편마암·규암), 화성암(화강암), 퇴적암(사암)으로 구성되는데 변성암은 죽도산을 구성하는 퇴적암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암석이라고 할 수 있다.
 
영덕은 자연과 지질, 문화가 어우러진 살아 숨 쉬는 동해안의 보석이다. 64.6Km 해안 산책로(블루로드)를 걷다 보면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지하의 금강산’ 울진 성류굴
 
▲ ‘지하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성류굴. 임요희 기자
 
불영사 계곡 부근에 있는 울진 성류굴은 ‘지하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성류굴은 석회암 동굴로 수중 동굴 구간을 포함해 그 길이가 915m에 이른다. 담홍색·회백색·흰색의 암석이 내부를 장식하고 있으며 9곳의 광장이 있고, 수심 4∼5m의 물웅덩이도 3개나 된다. 또 종유석·석순·석주 등 동굴생성물이 골고루 분포돼 있어 석회암 동굴의 모범답안으로 불린다.
 
성류굴은 원래 신선들이 한가로이 놀던 곳이라는 뜻으로 선유굴이라 불렀으나 신라 31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태자가 동굴 안에 사찰을 들이면서 성인이 머물렀다 하여 성류사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한편 동굴 안에는 미륵보살, 사랑의 종, 아기 공룡 바위 등 사물을 닮은 돌들이 가득하다.
 
성류굴은 지질명소로서의 중요성은 물론이거니와 임진왜란 때 불상을 옮기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에 피신했다가 동굴 입구가 막혀 운명을 달리했다는 슬픈 기록까지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다. 
 
성류굴 진입로는 왕피천 하류라 가을이면 물과 단풍의 멋진 어울림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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