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기업, 온라인 공간이 키운 조롱과 혐오의 언어가 고교야구 더그아웃까지 흘러들었다. 청룡기 스타벅스 논란은 일부 학생의 일탈로 봉합하기엔 무겁고 심각한 사태다.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경기 도중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와 조직적인 안무가 나오자 광주제일고 코치진이 제지를 요청하며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전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자초한 ‘탱크데이’ 논란을 그대로 끌어와 상대 학교와 지역의 상처를 조롱의 소재로 삼은 행위다. 즉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학생 선수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흡수했고, 그것은 경기장에서 상대를 겨누는 무기가 됐다.
조롱과 혐오는 밈이나 놀이라는 표현으로 순화할 수 없는 사회적 흉기이자 폭력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일부 학생 선수의 철없는 실수로 일축할 수 없고 징계와 교육으로도 매듭지을 수 없다.
팀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화됐으며 정확하게 상대편에 대한 공격의 무기가 됐다. 상대팀과 동향일지 모를 더그아웃에 함께 있던 친구, 가족, 선생님, 이웃 그 모두가 조롱과 혐오의 대상에서 비껴갈 수 없다.
씨앗은 역사와 지역을 가르고 표와 진영 결집의 도구로만 소비하면서 극단의 언어가 박수받는 장면만 연출해오던 정치적, 사회적,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 기성세대에게 있다.
지난달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우연한 실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감수성의 붕괴였고 어설픈 해명과 대표 해임이라는 얄팍한 가림막으로 두루뭉술 넘어가면서 이제 고교 야구장의 더그아웃까지 흘러들어갔다.
누구의 생각인지, 어떤 경로로 구호를 만들었는지, 누가 따라 했는지, 현장에서 누가 제지했는지, 제지는 언제 이뤄졌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지도자는 왜 즉시 멈추게 하지 못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징계나 불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붕괴된 감수성의 회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단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사건 발생 단 하루 만에 이뤄지는 생활교육위원회 회부와 특별교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 논의, 서울교육청의 현장방문과 진상조사 모두 징계 수위가 아닌 반성과 재발 방지와 감수성 회복에 맞춰져야 한다.
학생을 지도한 학교, 경기를 관리한 협회, 교육을 감독한 교육청, 혐오의 언어를 방치한 사회, 그리고 그것을 정치와 장사에 활용한 어른들이 먼저 답해야 한다. 원인을 제공한 어른들이 반성하고 오염을 제거하고 정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이번 사태를 삼아야 한다.
신속한 조사와 징계 논의는 시작됐지만, 지난 30일 오후 현재까지 관리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난 어른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남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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