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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고려아연 대표 영풍에 손해배상하라"
대법 승소라던 고려아연 꼼수, 법원 판결문 입수해 보니
경영권 방어한 묘수, 법원은 위법 선고
법원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 고의성 인정
아전인수식 여론전… 법원 영풍 승소판결
이은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7-21 09:15:00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1일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자회견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법원이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영풍)” “대법원이 의결권을 제한했던 정기주주총회 적법성을 인정했다.(고려아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자 내용이 다른 기사들이 수십 건씩 쏟아졌다. 스카이데일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판결문(2025가합9268)을 입수해서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가 왜 ㈜영풍에 1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하는지를 분석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던 2025년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은 순환출자와 의결권 제한으로 시끌벅적했다. 고려아연은 호주에 있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의장이었던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순환출자를 이유로 최대주주인 영풍에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순환출자일 경우 의결권이 제한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작은아버지 최창규 회장이 경영하던 영풍정밀(현 KZ정밀)은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영풍 지분 10.3%를 SMC에 넘겼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100%)-선메탈홀딩스(100%)-SMC(10.3%)-영풍이라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지분 10%를 초과하는 순환출자일 경우 의결권을 제한한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영풍이 제안한 신규 이사 선임안을 모두 부결시키고 최윤범 회장이 추천한 후보(7인)를 모두 선임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은 40%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최윤범 회장이 순환주와 의결권 제한이란 꼼수로 경영권을 더욱 탄탄하게 지킨 셈이었다. 반발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부장 장지혜)는 지난 10일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SMC를 자회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순환출자가 아니므로 영풍 의결권 제한이 위법이란 뜻이다.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영풍 의결권을 막았던 박기덕 대표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하는 의도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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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SMC가 자회사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순환출자에 의한 의결권 제한이란 자회사가 주식회사라는 전제 아래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2026년 4월 2일자 2025마6793 판결에서 “외국회사가 위 조항(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일 것을 요한다”고 판시했다. 
 
순환출자가 성립하려면 SMC가 주식회사에 가까워야만 한다. 대법원 판례(2000년 9월 26일 선고 99다48429 판결)를 살펴보면 주식회사는 주식 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둘 수 없다. 그러나 SMC는 정관에 비공개 회사(proprietary company)라는 사실을 밝히며 주식을 양도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재판부는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SMC는 주주 수와 주식시장 상장도 제한된 회사였다. 아울러 이사회에 주식 양도를 거부하는 권한까지 주었다. SMC를 공개회사(public company)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SMC가 폐쇄성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고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는 SMC가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SMC의)공개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면서 “상장 제한이 상법상 주식회사와 본질적인 차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가증권시장을 통한 자금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식회사가 아닌 SMC가 포함된 순환출자는 무효였고 최윤범 회장 측의 영풍 의결권 제한은 불법이었다. 
  
재판부는 피고 박기덕 대표가 위법일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주총회를 진행했다고 보았다. 박기덕 대표는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재판에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SMC가 자회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지 못하였거나 SMC를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는 충분히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대표가 고의로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의결권 제한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일환이었다”던 진술도 정황 증거로 채택됐다. 고려아연 대표이사인 피고는 선메탈홀딩스(SMH)와 SMC 이사회에서도 이사직을 겸임했다. 그래서 법원은 피고가 SMH와 SMC의 지배구조를 실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주총회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변호사들은 총회 당일 새벽 6시부터 사전 협의했다. 주주총회는 예정된 시각(오전 9시)이 아닌 오후 1시50분에야 열렸지만 최대주주인 영풍은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 몰랐다. 영풍 변호사가 법적 검토를 위해 총회를 늦추거나 연기하자고 요청했지만 피고는 주주총회 진행을 강행했다. 
  
주주총회 의장은 공정하게 진행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피고는 영풍으로 하여금 방어할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마땅히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였다”면서 “피고는 원고(영풍)에게 (손해배상금)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고려아연의 대법원 언급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려아연은 임시주주총회(1월)에 이어 정기주주총회(3월)에서도 최대주주인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고려아연은 당시 SMC가 보유하던 영풍 주식을 SMH에 현물배당한 뒤 또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호주 법인인 SMH는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에 가까우므로 순환출자가 완성됐다. 
 
서울중앙지법이 임시주총 의결권 제한이 불법이라고 판결하자, 고려아연은 정기주총 의결권 제한이 합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밀히 따지자면 임시주총 의결권 제한이 합법이란 말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하여 영풍 관계자는 “1월 주주총회가 아닌 3월 주주총회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언급했다”면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듯 언론 플레이로 불법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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