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보험회사들이 예상치 못한 ‘해지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보험상품의 공시이율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저축성보험 가입자가 계약을 깨고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파생상품에서도 현금 증거금 수요가 늘 수 있어 보험사의 단기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박희우 연구위원은 23일 발간한 ‘금리 상승이 보험회사 자산운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 가능성과 함께 보험계약 해지와 파생상품 증거금 정산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올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4일 4.45%를 기록했다. 작년 4월보다 1.89%p 상승한 수준으로 2022년 10월 4.63% 이후 가장 높다.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64%까지 올랐다.
금리 상승 자체는 보험사에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다. 신규로 채권을 사거나 기존 자산을 재투자할 때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자산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보험에서 발생했던 역마진 부담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운용수익률 상승을 바탕으로 보험사가 공시이율을 높여 만기·해약환급금 적립률을 높이거나 예정이율을 상향해 보험료를 낮출 여지도 생긴다. 국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만으로도 과거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예금금리 뛰면 저축성 보험 해지… 증거금 부담까지 겹쳐
문제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구간이다. 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은 보험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을 기초로 정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화가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은행 예·적금 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예금 금리가 보험 공시이율을 큰 폭으로 웃돌면 저축성보험 가입자로서는 기존 계약을 유지할 유인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가입 후 상당 기간이 지나 해약환급금 손실 부담이 크지 않은 계약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보험계약 해지가 한꺼번에 늘면 보험사는 예상보다 많은 현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한다.
파생상품도 또 다른 변수다.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리스왑(I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이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금 지급이나 계약 해지와 별개로 갑작스러운 현금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보험사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유 채권 등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여러 보험사가 동시에 채권을 매도하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처분하는 ‘파이어세일(Fire sale)’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개별 보험사의 손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채권 매물이 급증하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보험사의 평가손실과 유동성 부담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보험사 투자손익과 재무건전성,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회사별로 점검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당국에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보험사가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유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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