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내려갔다.
맥주와 소주, 막걸리 등 대중 주종의 소비가 모두 감소하면서. 술을 판매하는 면허와 주점 사업자까지 함께 줄면서 주류 소비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주류 출고량은 298만7726㎘로 전년 315만1371㎘보다 16만3645㎘(5.2%) 감소했다. 주류 출고량이 300만㎘를 밑돈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92만2000㎘ 이후 27년 만이다. 2015년 380만4000㎘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21.5% 줄었다.
주류 출고금액 역시 2023년 10조694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선 뒤 2024년 10조575억원, 지난해 9조6952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출고금액은 전년 대비 3.6% 줄었다. 결정세액 역시 2조5495억원에서 2조4352억원으로 4.5% 감소했다.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주요 주종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산 맥주 출고량은 151만8931㎘로 전년 163만7210㎘보다 7.2% 줄었다. 수입분을 포함한 전체 맥주 출고량도 같은 기간 191만2104㎘에서 175만5103㎘로 8.2% 감소했다.
희석식 소주는 81만5712㎘에서 79만2912㎘로 2.8% 줄며 80만㎘ 선이 무너졌다. 2022년 86만1540㎘와 비교하면 3년 동안 8.0% 줄었다.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 출고량은 2021년 36만3132㎘에서 2022년 34만2517㎘, 2023년 33만8876㎘, 2024년 33만5341㎘에 이어 지난해 31만7986㎘까지 내려갔다. 4년간 감소율은 12.4%다.
민속주 출고량도 2021년 1897㎘에서 지난해 1236㎘로 34.8% 줄었다. 같은 기간 민속주 납부세액은 16억9900만원에서 10억5700만원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주류 소비 감소는 판매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의 주류 판매면허 현황을 보면 관련 면허는 2021년 77만629개에서 2023년 79만2775개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4년 78만6625개, 지난해 76만6936개로 줄었다. 2년 사이 2만5839개(3.3%)가 감소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만9689개가 줄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서도 술과 외식 관련 자영업의 위축세가 확인됐다. 한식음식점·분식점·간이주점·호프주점 사업자는 2024년 6월 49만8594명에서 올해 6월 47만9529명으로 2년 사이 1만9065명(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100대 생활업종 전체 사업자가 2.5% 증가한 것과 반대 흐름이다.
특히 간이주점 사업자는 9497명에서 7853명으로 1644명(17.3%), 호프주점은 2만3807명에서 1만9730명으로 4077명(17.1%) 줄었다. 두 업종에서만 2년 사이 5721명의 사업자가 사라진 셈이다.
올해 6월 기준 전년 동월과 비교, 간이주점 9.2%, 호프주점 9.1% 감소하면서 100대 생활업종 가운데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사이 주점 10곳 가운데 1곳 가까이가 사라졌다.
실제 소비자들의 음주 빈도와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도 줄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일은 8.8일로 2023년 9.0일보다 줄었다.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같은기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수입 맥주 시장 역시 코로나19 이전 전성기와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맥주 수입량은 2018년 38만7981t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27만7927t, 2021년 25만7932t, 2022년 22만8747t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3만9841t으로 전년보다 6.5% 반등했지만 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38.2% 적다.
수입액도 2018년 3억9683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1581만달러로 30.3% 줄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일본 맥주 등의 판매가 늘면서 전년보다 수입액이 5.1% 증가했다.
주류 소비 감소의 배경으로는 고물가와 내수 부진에 더해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와 고령화·인구 감소, 회식문화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많은 양을 마시던 소비에서 혼술·홈술과 저도주, 무알코올·비알코올 등으로 소비 방식이 이동하는 영향도 크다.
주류업계 역시 소비량 확대보다는 저도주와 무알코올·비알코올, 다양한 맛을 앞세운 제품을 확대하며 변화한 소비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주류 출고량과 음주량, 주점과 판매면허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류시장의 변화가 단순한 제품 선호 이동을 넘어 구조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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