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이후 주주권리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주총장에 의견을 개진하러 온 소액주주의 출입을 회사 측에서 직원을 동원해 저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외부에서 응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KB금융지주 ⓒ스카이데일리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불통행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회장은 의견 개진을 위해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려던 소액주주를 직원을 동원해 주총장 입장을 저지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상법에서 보장하는 주식시장의 주주가치와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금융권의 여론이다.
특히 입장을 저지당한 주주가 다른 소액주주들로부터 약 7만여주 가량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 회장은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권리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혀 ‘앞뒤가 전혀 다른 태도로 주주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소액주주 표심 모은 대표자 주총장 입장저지…직원 동원 ‘인간 바리케이드’ 파문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2017년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주주들과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주총회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상정된 총 6건의 안건은 모두 반대의견 없이 가결됐다.
같은 시각 주총이 열린 국민은행 본점 입구에서는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청원경찰을 비롯한 국민은행의 직원들이 한 소액주주의 진입을 막기 위해 일렬로 서서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입장을 저지당한 주주는 지난 10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였다.
윤 대표는 당시 KB금융 주식을 가진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자신에게 의결권을 위임할 것을 권유했다. 이를 통해 총 7만1300주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위임받은 주식은 시가로 따지면 약 35억원 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주총장 입장을 저지당해 위임받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상법 제 369조에 따르면 의결권은 1주당 1개를 원칙으로 한다. 단 1주를 보유했더라도 해당 기업의 주주로 인정받으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상법 제368조 2항에서는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한 법률을 규정하고 있다. 주주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의결권을 대리행사 시킬 수가 있다.
▲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타 대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분식·배임·정경유착 스캔들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주주총회가 열리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KB금융지주 직원들의 저지로 인해 주총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주총장 앞의 KB금융지주 직원들 모습 [사진=윤영대 대표] ⓒ스카이데일리
윤 대표에 따르면 그는 현재 KB금융지주 주식 321주를 소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소액주주들로부터 7만1300주를 추가로 위임받았다. KB금융지주 정관 제 31조에서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윤 대표는 바로 이 조항을 들어 자신의 주총장 참석을 막은 KB금융지주의 행태는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KB금융 직원들이 윤 대표의 입장을 막아선 모습은 현장을 찾은 스카이데일리 가자에게도 포착됐다. KB금융 직원들은 은행 입구에서부터 윤 대표의 입장을 막아서고 있었다. 청원경찰을 포함한 직원들은 일렬로 나란히 서서 소위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입장을 저지당하자 윤 대표는 위임장을 직원들에게 내밀며 위법성을 주장했지만 끝내 참석은 허용되지 않았다.
윤 대표는 “다른 진입로를 이용해 입장을 시도해 봤지만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동원돼 따라다니는 통에 결국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주총장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며 “KB금융 측은 자신들이 나를 설득해서 돌려보냈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데 그것은 거짓 주장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KB금융 측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주주라면 누구나 주총 참석이 가능하다”며 “윤영대 대표의 경우 본인은 들어가려다가 못 들어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KB금융 입장은 막았다기보다는 직원들이 외부에서 응대를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KB소액주주 “배임의혹·분식회계·정경유착 스캔들 진상조사 촉구 계획이었다”
윤 대표는 ‘무엇 때문에 입장을 저지당했다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에는 수많은 주주들과 취재기자, 카메라 등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과 의견이 제기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며 “원래는 ‘의결권대리행사권유서류’에 명시했던 대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윤 회장과 관련된 분식회계·배임의혹·정경유착 스캔들 등에 대한 진상을 촉구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가 제출한 대리행사 권유 취지문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003년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있으며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현대상선이 소유했던 현대증권(지분 22.6%)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가로 주식을 매입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을 받으며 ‘배임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 윤영대 대표는 본인이 32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일 뿐만 아니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서류’를 통해 7만1300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다. 사진은 7만1300주에 대한 위임장(왼쪽)과 주주사의 사업자등록증 ⓒ스카이데일리
당시 KB금융은 1조2500억원을 들였다. 이는 현대증권 주식 가치를 감안한 예상 매입가 5000억원보다 2.5배가량 높은 금액이다. 특히 현대증권 고가 매입 의혹은 윤 회장에 대한 정경유착 논란으로 이어져 여론의 이목이 쏠렸다.
윤 대표는 “과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윤 회장이 당초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정부 입김으로 결국 현대증권 인수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배임, 탈세 등과 관련된 의혹들은 주주와 고객들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지는 사안들이다”며 “이에 소액주주 대표 입장에서 주주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윤종규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금융에게 명백히 주주·대리인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한만큼 고발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사뭇 다른 주총장 안팎…내부에선 주주권익 제고, 밖에서 출입 저지 ‘두얼굴’ 논란
주주권리 행사를 위해 주총장을 찾은 주주의 진입을 막은 KB금융의 행태는 수장인 윤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바와 사뭇 달라 더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은 심지어 이번 주총에서도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와 주주가치 제고 등의 강조 발언을 했다.
금융권 및 KB금융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시한 ‘미수령주식찾기 캠페인’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윤 회장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아왔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약 277억원에 달하는 미수령 주식 소유주 찾기 캠페인을 올해 1월말까지 진행했다.
‘미수령주식’은 증권대행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가 주식을 발행했으나 주주의 사망, 주소이전 등으로 주식 실물을 찾아가지 않아 KB국민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주식을 뜻한다. 당시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공동캠페인과 연계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찾아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소액주주의 의결권과 의결권대리행사는 상법 및 KB금융지주 정관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주주의 권리다. 하지만 윤영대 대표에 따르면 KB금융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입장을 막아 주주의 권리를 침해했다. 이에 윤 대표는 향후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사진은 위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영대 대표 ⓒ스카이데일리
윤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지난해 23.2%를 기록한 배당성향을 향후 30%까지 올릴 것을 선언하며 주주가치 향상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안팎에서는 “주총장 안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논하면서 밖에서는 직원들에게 소액주주의 입장 저지했다. 겉과 속이 다른 행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강력한 1인지배 체제와 불통행보를 우려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과거 KB사태 수습을 위해 윤 회장 한 명에게 부여됐던 권한이 시간이 흘러 너무 강해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윤 회장이 선임한 기존 사외이사 6인이 올해 모두 연임이 확정된 점이나 상임감사가 2년째 공석으로 있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1인지배가 굳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목소리까지 막혀버린다면 향후 잘못된 경영이 발생해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성격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KB금융의 이 같은 불통행보는 결국 국민 모두를 기만하는 행태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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