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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현장]-노인학대 현실
인간이길 거부한 그들…천륜 깬 만행 ‘문제 심각’
과거 형성된 가족 관계 노인학대 큰 영향…피해자 서비스 인프라 미비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4 12:05:11
 ▲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인학대는 주로 가정사로 여겨지는 탓에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이 같은 문제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UN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매년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스카이데일리

#1. “당신이 나한테 그동안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엎드려뻗쳐”. 지난 2011년 40대 남성A씨가 70대 중반의 아버지를 향해 쏟아낸 말이다. 실업 상태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던 A씨는 평소 아버지와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날은 일이 커졌다. A씨는 어릴 때처럼 자신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못마땅했다.
 
A씨는 연로한 아버지에게 “엎드려뻗쳐”라고 명령했다. A씨의 손에는 몽둥이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내리쳤다. 아버지의 엉덩이에는 시퍼런 멍이 생겼다. 하지만 남성은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했다. 과거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자란 배경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2. 40대인 B씨는 남편의 권유로 80대인 시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과거 위암 수술을 해 위를 절반 정도 잘라낸 시아버지는 아들의 권유로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B씨는 위암 수술 이후 입맛을 맞추기가 까다로운 시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시누이들이 근처에 거주했지만 매번 부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느날 B씨는 사업이 순탄치 않았던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 이때 시아버지는 부부싸움을 하지 말라며 뜯어말렸다. B씨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시아버지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B씨의 폭력으로 시아버지는 갈비뼈 8개가 부러졌다. 위암 수술로 식사 조절을 하며 생활하던 80대의 시아버지가 평소 마르고 왜소한 체형인 탓에 뼈가 쉽게 부러진 것이다. 온몸에 검은 멍도 들었다. 전치 8주가 나왔다.
 
 ▲ 시대가 변해가며 학대의 유형도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신체적 폭력보다 정서적 학대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학대는 증명해 내기 어렵다. 가해자들 또한 오히려 뻔뻔한 태도를 보여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이 같은 노인학대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학대의 경우 아동학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이 덜 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에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으로 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는 전국 56곳이지만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 32곳이다. 같은 해 기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율은 아동학대가 29%인 반면 노인학대는 18.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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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는 그동안 가정사로만 여겨져 신고가 미비한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인학대 신고율은 학대 경험 노인의 0.5% 밖에 되지 않았다.
 
뻔뻔한 노인학대 가해자들…“경제적 어려움이 피해 키웠다 핑계” 급급
 
정미정 서울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사무국장은 “노인학대 가해자들 중 상당수는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뻔뻔한 태도를 취한다”며 병원에 노모를 유기한 가해자의 사례를 들며 그들의 태도를 전했다.
 
정 사무국장은 “가해자를 만나 ‘이렇게 되면 유기를 하는 거다’라고 말하자 가해자는 ‘나를 지금 겁박하는 거냐’며 오히려 성질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끝까지 학대를 부정했다”며 “노인학대 가해자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에 따르면 시대에 따라 노인학대의 형태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드러난 며느리 사례처럼 최근 가해자인 며느리가 직접 폭력을 가하는 일은 드물다. 시부모에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남편이 있을 때는 잘 해주다가 남편이 없는 자리에서 냉대를 하는 등의 학대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유형의 학대는 직접 입증하거나 증명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노인학대 가해자들 중 상당수는 사회에서 올바른 직장을 갖고 가정을 이룬 이들보다 실업·실직 등으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노부모에게 의존적 성향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학대로 이어진다.
 
정 사무국장은 “과거부터 형성된 부모·자녀 간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노인학대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 안에서 가족이 그동안 어떤 형태로 유지돼 왔느냐에 따라 노인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료 : 보건복지부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노인학대 신고율 0.5% 불과…노인학대 피해자 지원 의료시설 지방은 미약”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현재 노인학대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규모에 비해 신고는 적은 상황이다. 노인학대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숨겨야 할 사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인학대 신고율은 학대경험 노인의 0.5%에 불과하다.
 
노인학대를 대응하는 서비스 인프라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 대응 서비스는 그동안 민간사업으로 실시돼 오다가 지난 2004년 노인복지법에 노인학대예방사업이란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현재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1개와 지방노인보호전문기관 31개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지만 정책적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며 “노인학대 대응하는 서비스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미정 서울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사무국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요즘 시대의 손자·손녀들에게는 할아버지·할머니는 가족이 아니다”며 “핵가족 사회에서 조부모를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번 문재인정부가 치매지원센터를 더 건립하기도 하지만 치매만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보다 규모 면에서 부족한데다 노인학대 피해자를 위한 의료지원 등도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없는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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