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충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문 대통령의 노동부문 핵심 공약 이었던 일주일 간 연장근무 포함 최대 52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이 지난 2월 가결됐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본격 시행된다. 최저임금 1만원, 주 40시간 근로. 노동계가 외쳐왔던 이상향에 다가가고 있지만 오히려 생산직 근로자·중소기업계 등 사회적 약자 층들이 이를 반기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변경되는 정책으로 인해 불거지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시행조차 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근로시간 단축을 반발하는 목소리와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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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법정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이 임박하면서 각종 부작용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로가 시행된다. 주당 40시간 근무에 12시간만 초과근무가 가능하다.
52시간 근로 시행을 2달 가량을 앞둔 현재,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며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업종 특성상 근로시간 책정이 어렵거나 연장근무가 불가피한 곳에서는 불만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계형 시급제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한 심경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급제 근로자들 밥그릇 뺏는 주 52시간 근무…“먹고살 길 더 막막해 졌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축소로 이어져 당장의 생계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이 결코 달갑지 않다. 상대적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 대기업 사무직 직원의 경우 연장근무를 안하더라도 생계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지만 기본급이 적은 시급제 근로자들의 경우 기본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가정이 있는 생계형 근로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365일 돌아가는 공장에서 교대로 근무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경우 야근·특근비가 많이 줄어들 경우에는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가정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급제 근로자 박만석(남·가명)씨는 “근로조건을 개선해 복지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너무 동 떨어진 이야기다”며 “시급으로 벌어가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 가족을 먹여 살릴 권리를 빼앗긴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야간에 몰린 업무시간을 주간에 옮기고 그동안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던 식사시간을 배제하는 등 벌써부터 사측은 노동대란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중이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제대로 된 준비기간과 사회적 합의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한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의 고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변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휴가는커녕 병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김성희(여·가명) 씨는 “당장 이번 여름휴가부터 걱정이다”며 “4조3교대 근무체제기 때문에 한 사람이 휴가를 내서 빠질 경우 나머지 2사람이 4시간씩 연장근무를 해서 부족한 시간을 메워 왔지만 1주일에 12시간 추가 근무밖에 되지 않으니 사실상 3일 이상 쉬기 어려운 구조가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4조3교대 근무 체제의 경우 하루에 3개조가 24시간을 8시간씩 나눠 일하며 나머지 1개조는 쉬는 체제다.
김 씨는 “휴가도 문제지만 경조사나 몸이 아플 때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직원들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며 “만약 누군가가 휴가를 낸다면 다른 부서 직원이 전혀 다른 업무를 배운 뒤 지원해줘야 할 판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동자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노동계 최약자’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 2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감소되는 폭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욱 컸다.
연장근로시간이 제한될 시 월 임금 감소액 평균은 37만7000원이었다. 정규직은 37만3000원 감소되는 반면 파견·용역·기간제 등의 비정규직 감소금액은 40만3000원이나 됐다. 비정규직 중에서 특히 용역(22.1%), 한시적(20.5%), 기간제(16.5%) 근로자 등은 월 급여 감소율이 높고 감소액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시간 책정 어려운 업계 난감…“IT서비스업계, 업무특성 고려해 달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대한 업종별 온도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IT·서비스 업계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 운수업계 등도 현장에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보완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지난 24일 “IT서비스업종은 고정적인 근로시간 책정이 가능한 타 업종과 다른 사업형태를 가지고 있어 업종을 불문하고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려는 정책 시행에 다소 우려를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근로기준이 마련되고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기 위해선 산업특성을 고려해 사업자와 종사자 모두에게 근로시간 운영의 재량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IT서비스산업협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1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최소 6개월~최대 1년으로 확대 △근로기준이 반영된 계약수정 및 사업수행관련 법제도 현실화 등의 요구사항을 관계 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수영 한국IT서비스산업현회 정책연구팀장은 “금융IT서비스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의 업무는 당장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특례업종을 지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연장근로가 필요한 업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IT서비스업은 장애를 해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서비스만 해도 고객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간·주말·(공)휴일 상관없이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업무 성격에 따라 다수의 대기인원이 상주해야하는 사업도 많은데 일괄된 근로시간으로 노동대가를 측정하는 정부의 기존 잣대는 사업적 특성이 고려돼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소트트웨어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측은 지난 25일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아직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내놓는 입장은 없다”며 “그러나 일이 많은 성수기 땐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비수기 때 쉴 수 있게 하는 등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병훈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은 물론, 노·사가 함께 근무여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벌써부터 휴일근무를 등록하지 않는 등의 꼼수가 행해진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기업들이 인원충원 등의 업무여건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노사갈등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임금 수준을 비슷해 질 수밖에 없다”며 “노·사 양측이 서로가 만족할만한 합의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가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금감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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