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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중 구리농수산물시장 도매상 대표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⑨ 27만 원에서 182억 원으로 매출 껑충… 27년 성실과 긍정의 힘
27년 도매상인… 구리농수산물시장 4위 ‘큰손’
200곳에 1만2000가지 농산물·공산품·냉동가공식품 납품
초등학교 ‘인생 수업’ 강의… 유튜브서 ‘만세맨’으로 유명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12 00:03:05
 
▲ 정정중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비니 아치울점에 별도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젊은 작가의 전시 공간으로 내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소상공인들이 7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급감하는 등 여기저기서 한숨과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27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원년 멤버 정정중(53)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성실함과 긍정맨으로, ‘만세맨’ 유튜브 방송에서는 구독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선사하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전을 이뤄 나가는 정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27만 원에서 182억 원으로 매출 기록… 도전 정신·성실함 덕분
 
“저는 강원도 홍천 거농(巨農) 집안3남1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어요. 93년에 군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도왔어요. 아버지가7만㎡에 달하는 밭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데, 저도 아버지를 도와 감자 농사를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아버지를 따라 농부의 길을 걷겠다 생각했었죠.”
 
정 대표는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27년 동안 ‘1세대 도매상’으로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면적이 18만여㎡로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특히 하루에 팔리는 농수산물의 양이 무려 2389t으로 전국 32개 도매시장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시장에 자리 잡은 550개의 도매상에서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약 19만 명 구리 시민은 물론 제철 농산물을 찾는 전국의 소비자들이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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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 중에 1996년 9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있었어요. 이때 저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당시에 한 달 넘게 이어진 소탕작전에 일꾼 상당수가 동원되면서 수확을 제때 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공포감에 관광객까지 뚝 끊겨 노지 판매량까지 곤두박질쳤고, 그해 감자 농사를 망쳤죠. 빚이 없던 집안이 순식간에 억 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어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1996년 9월18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다. 강릉시 강동면 동해고속도로에서 좌초된 선박을 발견한 택시기사의 신고로 그 선박이 북한의 소형 잠수함인 것으로 확인됐고, 정부는 무장공비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잠수함 좌초 책임을 물어 사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조원 1명의 시체를 발견했으며 도주한 잔당 13명을 교전 끝에 소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작전으로 △아군 11명 △경찰·예비군 2명 △민간인 4명이 희생됐다.
 
▲ 정정중 대표는 현재 대기업 식품전문업체·공공기관 등 200곳에 1만2000여 가지 농산물과 공산품·냉동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참담해 하고 있을때, 동네 주민이 새로 개장하는 구리도매시장에서 농산물 유통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걸 계기로 저희 3형제가 구리도매시장에 ‘금강농산’을 열게 되었죠. 금강농산을 시작으로 발품을 팔아 판로를 개척했고, 수년간 농사로 체득한 경험으로 최고 품질의 감자를 확보해 전국 곳곳 고속도로 휴게소의 문을 두드렸죠. 가게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면서 ‘최고 품질의 감자를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홍보하고 다녔어요. 박리다매 전략으로 3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거래처가 하나에서 100개까지 늘어나더라구요. 그리고 취급하는 품목도 감자를 넘어 배추·양파 등 100여 개로 다양해졌어요.”
 
정 대표는 2008년에 ‘금강농산’에서 ‘정중한 에프앤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정중(正中)’에는 바르게 생각하고 치우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33㎡ 매장에서 시작해 현재 저온창고(520㎡)·공산품저장창고(660㎡) 등을 갖춘 대표 농산물·식품 종합 중도매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저는 ‘농부의 마음으로 일하자’ ‘신뢰가 성공을 낳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대기업에 식자재를 납품할 때 텃세가 있었어요. 납품하고 회사로 복귀하면 납품받는 주방장에게서 ‘감자 1kg 가져와라, 배추 1kg 가져와라’ 하는 전화가 걸려오곤 했죠. 그럴 때마다 군소리하지 않고 가져다줬더니 나중에 그 주방장이 ‘너는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하겠다’고 칭찬하면서 다른 거래처들을 소개해 줬어요. 거래처와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했하면서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니 거래처들이 늘어났어요.”
 
정 대표는 현재 대기업 식품전문업체·공공기관 등 200곳에 1만2000여 가지 농산물과 공산품·냉동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업을 시작할 때 27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기준 연매출 182억 원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서 4위 안에 드는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긍정 ‘만세맨’… “선한 영향력 주고 싶어”
 
▲ 정정중 대표는 '만세맨'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 아차산에 올라 만세 응원을 이어 가고 있다. 정정중 대표 제공
 
“내 인생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남을 도우며 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암 투병을 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은 회복된 상태예요. 암을 겪고 난 뒤 좋은 일은 찾아서 하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하나하나 이뤄 나가고 있어요.”
 
정 대표는 구리시에서 봉사자로 정평이 나 있다. 12년째 경로당을 찾아 쌀포대를 전달하거나 매주 네 번째 수요일엔 노숙자를 위해 일일급식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정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비니 아치울점에 별도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젊은 작가의 전시 공간으로 내주고 있다. 카페비니는 식자재 유통인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식자재들을 사용해 빵부터 양식 음식까지 만들고 있다. 카페비니는 4층 건물로 3층을 제외한 모든 층을 고객의 휴식과 쉼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테라스엔 아차산을 배경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경까지 갖춰져 있다.
“지난달에는 제가 시흥 군서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인생 수업을 진행했어요. 처음으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떨리기도 했지만 저의 진솔한 경험담을 하나둘 풀면서 이야기했어요. 이날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이 와서 사인도 해 달라고 하고 사진도 찍자고 해 마치 ‘뽀통령’이 된 기분이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세상에 선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정 대표는 유튜브 방송 ‘만세맨’을 진행하는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월4일 동틀 때 집 근처 아차산 시루봉(205m)에 올라 지인의 이름을 부르며 ‘만세’를 외친 것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매일 새벽 아차산에 올라 만세 응원을 이어 가고 있다. 정 대표의 유튜브에는 지인의 결혼·생일·개업 등을 축하하며 목청 터져라 ‘만세삼창’을 외친 영상이 빼곡하다. 태극기를 가슴에 단 반팔 복장에 마무리 멘트는 언제나 ‘대박 나세요’ ‘사랑합니다’이다. 만세맨을 시청하는 구독자도 1년 만에 2400명에 달한다.
 
“8년 전 중소기업청장상을 받게 돼 시상식장에 갔어요. 수상자들이 하나같이 기업 자랑만 하길래 저는 ‘여기 오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만세를 외쳤어요. 그때 반응이 너무 좋아 남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정 대표는 지금도 카카오톡에 생일 알림이 뜨면 생일을 맞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만세를 외치고, 이를 휴대폰 영상으로 담아 지인에게도 보내고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하고 있다. 지인들이 “나를 위해 만세를 외쳐 준 사람은 처음이다”며 감사 답장을 보내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도 만세 응원을 이어 가겠다는 각오다. 또 다양한 도전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쳐 주변의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고민 상담도 잘 들어주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해요. 다음 도전으로 개인택시 운전을 하려고 해요. 택시에서 손님들의 고민 상담도 해 드리고, 제가 만든 쿠키도 손님들한테 드려서 하루의 고단함이나 걱정들을 택시 안에서 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13일자로 개인택시 자격시험을 신청했는데, 합격이 되면 저의 도전이 시작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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