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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석권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진정한 소통형 뮤지컬
웰메이드 뮤지컬 코미디…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시상식 그랜드슬램 달성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9 18:48:04
▲ 에스퀴스 다이스퀴스 1세(은행장)을 연기하는 배우 정문성. 쇼노트
 
“무대와 눈 맞춤했을 뿐인데 뮤지컬 장면 속에서 배우와 교감하는 듯한 생생한 전율을 느꼈다.”
 
7월 SBS가 주최하고 쇼노트가 기획·제작한 뮤지컬계의 명작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젠틀맨스 가이드)’ 네 번째 공연의 막이 열렸다.
 
화려한 라인업·명품 선율·풍성한 볼거리·웃음 폭탄으로 역대급 설렘을 안겨줄 선물이 찾아왔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가 더욱 막강해진 매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인 ‘몬티 나바로(몬티)’ 역은 송원근·김범·손우현이 연기하고 1인 9역의 ‘다이스퀴스’ 역에는 정문성·정상훈·이규형이 출격했다. 몬티가 사랑하는 두 여자인 ‘시벨라 홀워드’ 역과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허혜진·류인아와 김아선·이지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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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는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워졌다.
 
무대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가창력을 비롯해 이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는 1층과 관현악단의 악기 연주가 이뤄지는 2층이 서로 어우러지며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배우 정문성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에서 다이스퀴스 백작 가문의 '다이스퀴스'역을 연기한다. 쇼노트
 
젠틀맨스 가이드는 영국의 작가 로이 호니만이 1907년에 발표한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에서 탄생했다. 인간 본성에 관해 탐구한 훌륭한 스릴러로 평가되는 이 작품이 영감이 된 셈이다.
 
이야기는 어두컴컴한 암흑 속 한 남자가 써 내린 회고록부터 시작된다. 뮤지컬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의 영국 런던을 비추고 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난한 몬티라는 청년이 극의 주역이다. 그에게는 이 시기가 한없이 어둡기만 한 암흑과 같다.
 
이때 뜻밖에 손님이 등장해 던진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휘저으며 어둡던 분위기는 반전 국면을 맞았다. 마치 영국사에서 에드워드 시대(1901년부터 1910년)에 도래하며 노동자·여성 등 과거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집단이 사회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정말 환상적이야. 나도 방금 알게 된 건데 내가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직을 이어받을 상속자 중에 하나래.”
 
낮은 신분으로 살아가던 몬티는 자신의 신분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몬티는 가난했기 때문에 갖지 못했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명문 다이스퀴스 백작 가문에 입성하면서 부와 명예를 얻게 되는 인물이다.
 
이런 몬티에게도 사랑은 있다. 사랑하는 여인인 ‘시벨라 홀워드’와 다이스퀴스 가문에 들어가 치열한 핏빛 자리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진정한 인연 ‘피비 다이스퀴스’가 바로 그 인물이다.
 
이 사랑과 야망 사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결국 야망을 좇는 몬티가 만나게 되는 다이스퀴스 백작 가문의 후계자들은 총 9명이다.
 
△에스퀴스 다이스퀴스 1세(은행장) △에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멋쟁이) △에제키엘 다이스퀴스 목사(성직자) △헨리 다이스퀴스(시골의 대지주) △레이디 히아신스 다이스퀴스(자선사업가) △바르톨로매오 다이스퀴스(보디빌더)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경(하이허스트의 여덟 번째 백작) △레이디 살로메 다이스퀴스(배우) △천시 다이스퀴스(청소부)가 등장한다.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 관전 포인트는 ‘퀵체인지’와 ‘1인 9역’이다.
 
정문성표 다이스퀴스는 더욱 특별했다. 의상과 가발·조명과 무대 장치 등으로 시도한 변화뿐만 아니라 인물별로 차이를 둔 노래와 가사에 매력적인 연기가 더해져 완전히 다른 9인의 다이스퀴스가 탄생했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정문성은 다이스퀴스 캐릭터를 이렇게 묘사했다.
 
“9인의 다이스퀴스는 각기 다른 못된 성격을 가졌는데 그 와중에도 재미라는 요소를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명의 다이스퀴스가 또 다른 다이스퀴스로 빠른 변신을 하는데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보니 무대 뒤편에서는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또한 그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같은 얼굴의 인물이 아니라 앞선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일 수 있도록 9가지의 역할을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로 소화하고 무대에 서 다이스퀴스라는 캐릭터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정문성은 몬티가 사랑하는 시벨라와 피비를 문 사이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뮤지컬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해당 장면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완성도 있는 곡으로 만들어진 만큼 노래도 좋아 연기가 끝나면 박수를 불러일으키는 진정한 뮤지컬의 한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정문성이 연기하는 1인 9역 '다이스퀴스'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다. 인물별로 개성을 잘 살린 그의 예술적인 1인 9역 연기를 실제로 마주하니 분장도 달랐지만 짧은 시간인데도 완전히 다른 인물을 마주하는 듯했다. 9개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 정문성은 다이스퀴스 역으로 15초 만에 의상·가발·분장 등을 바꿔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퀵체인지'를 시도한다. 쇼노트
 
생동감을 더한 입체적인 볼거리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3D 팝업북을 연상하는 무대 위 영상은 극 내용에 사실감을 더했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이스퀴스가 후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몬티가 지나간 장소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몬티는 백작에 오르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데 첫 번째로 만난 가문의 유일한 성직자인 ‘에제키엘 다이스퀴스’ 목사는 바람이 몹시 거친 날 링컨셔의 종탑에서 만나 이별을 고한다. 이때 몬티와 목사 뒤의 영상은 생생한 링컨셔의 종탑을 표현해냈다.
 
몬티는 이어 치즐미어의 레이크 사이드 호텔 스케이트장에서 다이스퀴스 은행장의 아들인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와 그의 은밀한 연인 ‘에반젤린 발리’를 만났다. 그들이 있는 스케이트장에 조심스레 톱질하자 그와 만남도 끝이 났다.
 
이젠 또 다른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인 시골의 대지주 ‘헨리 다이스퀴스’ 차례다. 양봉을 좋아하는 그를 사랑의 꿀벌 궁전에서 만나 꿀벌들이 극도로 좋아하는 잉글리쉬 라벤더를 곳곳에 살포했다.
 
무려 3명의 후계자를 처리하고 나니 제법 용기도 생겼다. 몬티는 자신있게 만난 자선사업가 ‘레이디 히아신스 다이스퀴스’를 런던 하이드파크 동쪽의 고급 주택지인 메이페어에서 만나 자선사업을 확대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며 유혹했다. 그녀는 몬티의 조언에 따라 이집트와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앞으로 4명의 후계자만이 남았다. 보디빌더이자 영국 채식주의자 협회 회장인 ‘바르톨로매오 다이스퀴스’ 소령을 런던의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서 만났다. 몬티는 보디빌딩을 좋아하는 그의 역기에 무게를 계속 추가했다. 그가 든 건 무려 900㎏의 역기였다.
 
배우지만 연기는 꽝인 대배우 ‘레이디 살로메 다이스퀴스’는 런던 드루어리 레인 극장에서 공연했다. 그녀는 평소처럼 대본과는 관계없는 자신만의 클라이맥스를 연기하다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 가운데 몬티를 믿고 진심으로 대해준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는 일 잘하는 몬티의 연봉을 두 배로 올리고 후계자까지 염두에 뒀지만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몬티는 만찬이 펼쳐지는 하이허스트 성에 입성하며 대망의 마지막 후계자인 하이허스트의 여덟 번째 백작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경’을 처리하고 마침내 백작 자리에 앉았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풍요로운 볼거리뿐만 아니라 개별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린 화려한 의상과 눈을 뗄 수 없는 탄탄한 서사가 자리해 공연하는 내내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를 가득 메운 함성과 박수는 진정한 소통형 뮤지컬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보너스 선물이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사랑에 눈이 멀어 명예와 부를 좇게 되는 몬티가 달콤하면서도 살벌하게 펼치는 사랑과 살인 그리고 그 안에서 빠른 템포로 벌어지는 미묘한 긴장이라는 감정선을 표현했다.
 
어머니와 함께 가문으로부터 버려져 가난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몬티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마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며 떠난 비극을 맞았다. 이후 몬티가 부강한 귀족 가문의 상속자로 알려지며 불행을 타파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계속해서 죽으며 자칫 비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웃음으로 승화하며 품격을 더한 블랙 코미디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단순 관람 차원을 넘어 무대 위 열연하는 배우와 하나가 돼 다이스퀴스 가문을 하나둘 만나는 여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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