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 효율화를 말하면 먼저 인력 감축을 떠올린다. 국민은 공무원 수가 늘고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잦은 순환보직으로 쌓이지 않는 전문성, 보고와 회의에 매몰된 업무 방식, 현장 실무자가 소진되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젊은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업무 부담과 조직문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구체적인 경위와 원인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순환보직이다. 공무원 인사에서 순환보직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고 특정 분야와의 유착을 막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까지 짧은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업무 지식이 조직에 축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새로운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전임자 자료를 검토하고 산하기관 등의 설명을 들으며 단기간에 업무를 익혀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 축적보다 '새 업무 적응 능력'이 중요해지는 구조다.
이것은 하위직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자로 올라갈수록 현장 업무에서 멀어지고, 직접적인 전문성보다 조정과 보고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국민이 만나는 공무원은 한 명이지만, 그 한 명이 항상 해당 업무의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설명이 반복되고,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보고 중심의 행정 문화다. 현장에서는 정책을 고민하고 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시간보다 상급자 보고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불만이 나온다. 수차례 수정되는 보고서, 형식적인 회의, 한 장짜리 자료를 만들기 위한 반복 작업이 공무원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보고 체계는 행정 조직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보고를 위한 업무가 본래 목적을 넘어선다면 문제가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결과물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상급자에게 설명하기 위한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 조직 효율화의 핵심은 단순한 감축이 아니다. 필요한 분야에는 전문 인력을 오래 유지하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는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꿔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실무자가 성장할 수 있는 경로도 필요하다. 지금같은 구조만으로는 현장 전문가를 키우기 어렵다.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사람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보상받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깊이 있는 역량을 갖고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1~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고, 실무자는 보고 업무에 매몰되는 구조에서 국민이 원하는 전문 행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직사회 혁신의 출발점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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