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출에 우선순위를 매겨왔다. 취약차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생금융과 기업·벤처·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생산적금융은 늘려야 할 대출이다. 반면 부동산대출과 가계대출은 집값과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어 줄여야 할 대출이다. 정부가 직접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정책 기조에는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의 경계가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이 기조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창업·벤처·신기술기업 대출과 첨단전략산업기금 지원 승인 연계대출의 대손충당금 손금 인정 한도를 확대한다. 세대주와 다른 시·군·구에 거주하는 배우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대편에는 비거주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개편안은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에 담보주택에서 세대 구성원 전원이 실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같은 주택 관련 대출이라도 실제 거주를 위한 전세대출에는 혜택을 넓히고,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담보대출에는 세제상 문턱을 높였다.
문제가 생기는 곳은 정부의 의도에 반하는 ‘이상한 대출’이다.
과거 한국은행은 ‘빚투’ 목적의 신용대출 증가세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정부가 생산적금융 확대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사이 ‘빚투’ 목적의 신용대출도 늘었다. 자금은 증시로 향했지만 출발점은 가계대출이었다.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을 세밀하게 가려낼수록 셈법도 복잡해진다. 이번 개편안의 전세대출 공제는 배우자의 주소지와 동거 가족의 주택 보유 여부를 따지고, 주택담보대출 공제는 세대 구성원의 실거주 여부와 예외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낮다면 일부 차주는 자신이 세제 혜택의 대상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복잡한 조건이 새로운 정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세제혜택이 실제 금융지원으로 이어지는지도 과제다. 생산적 영역 대출의 대손충당금 손금 인정 한도 확대는 우선 금융회사의 세무상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다. 다만 기업의 대출금리 인하나 한도 확대, 신규 대출 공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장려하는 다른 금융에서도 정책과 실제 이용 사이의 간극은 확인된다. IBK기업은행의 ‘202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녹색금융을 인지한 중소기업 가운데 2025년 이용 경험이 있는 곳은 4.1%에 그쳤다. 부족한 금리·한도 혜택과 까다로운 수혜 조건, 복잡한 절차가 이용을 가로막았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과거 기관 간 정보 연계와 확인 체계가 미비해 정책 취지와 다르게 자금이 집행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책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집행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분되기 어렵다. 좋은 대출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금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도착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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