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신세계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에 임명되자 정용진·유경 남매간 경영권 경쟁이 촉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모친 이명희 회장의 뒤를 잇고 정유경 사장이 이를 보좌하게 될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힘을 얻는 상황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의 강점으로 차별성과 앞서가는 트렌드 감각을 꼽는다. 유통재벌들이 잇따라 진출하는 프리미엄아울렛도, ‘커피열풍’의 시발점인 스타벅스를 들여온 것도 모두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최근 이마트에도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스타일이 제법 묻어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가정식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과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이른바 ‘가성비’ 트렌드에 발맞춰 출시한 PL(Private Label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피코크’와 ‘노브랜드’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이마트에서 만난 현장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스카이데일리가 신세계그룹의 후계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최신 감각이 배어있는 이마트 현장을 취재했다.
|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출시한 PL브랜드가 화제다. 가성비를 강조한 ‘노브랜드’와 성공적인 1인 가구 공략이란 평가를 받는 간편가정식 ‘피코크’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피코크의 경우 정 부회장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출시가 불발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은 이마트 광교점 노브랜드(왼쪽)와 피코크 전용 매대.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9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문을 연 이마트 광교점은 이마트 지점들 중 비교적 ‘신생’ 지점이다.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장을 보려는 이들로 주차장의 빈자리는 속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젊은 고객이 많았고 이들은 마트 곳곳에서 카트를 채워갔다.
이마트의 가격파괴 ‘노란혁명’…“대기업제품 싼 가격에도 신뢰감 가 선택”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스카이데일리
카트마다 눈에 띄는 것은 노란색 포장용기의 상품들이다.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신세계 PL(Private Label,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 상표를 부착한 제품) 브랜드 ‘노브랜드(No Brand)’ 제품들이다.
노브랜드는 말 그대로 브랜드 값을 빼고 제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해 가격을 낮춘 제품들이다. 이마트 측은 “상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해 포장 등 불필요한 거품가격을 빼 선보인 제품들이다”고 소개했다.
매대 곳곳에 흩어진 ‘노란 상품’들을 한 데 모아놓은 곳을 찾아봤다. 한눈에도 노브랜드 제품군은 다양했다. 물티슈·기저귀 등 유아용품부터 화장지, 세제, 고춧가루, 과자, 장류, 차(Tea), 문구류, 속옷, 욕실용품 등이 이곳을 채웠다.
제품에는 가격을 낮출 수 있던 ‘팁’이 적혀있다. 100매에 990원에 판매 중인 노브랜드 물티슈의 경우 “티슈의 두께(평량)를 40g/㎡이 넘지 않게 만들어 가격을 낮췄습니다”고 적혀있었다.
영아를 품에 안은 한 주부가 매대로 다가왔고 거리낌 없이 물티슈 여럿을 집어 카트에 담았다. 카트에는 노브랜드 기저귀도 보였다.
주부 이모씨는 “아이가 쓰는 것인데 단순히 값이 싸기만 했으면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물론 저렴한 가격도 손이 가는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 대기업이 만드는 ‘값 싼 제품’이라는 점이 신뢰감을 갖게 했다”고 전했다.
비싼 대신 ‘맛’ 초점 피코크…맛있는 간편식 ‘젊은 층’ 인기
식품코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피코크’ 매대였다. ‘PEACOCK, LIFE DELICIOUS’란 간판 뒤로 “입맛에는 욕심을 내야한다, 맛에 대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매대 라인 하나를 가득 채웠다.
피코크는 지난 2013년 신세계가 처음 선보인 다종다양한 간편가정식을 중심으로 한 PL이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강조한 노브랜드와 달리 기존 제품들과 가격이 유사하거나 오히려 조금 비싼 프리미엄 라인이다.
▲ 노브랜드는 말 그대로 브랜드 값을 빼고 제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해 가격을 낮춘 제품들이다. 이는 이마트에서 지난해 7월 선보였다. 특히 올해의 소비 키워드가 ‘가성비’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시대 흐름에 앞선 출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카이데일리
매대에는 간편가정식은 물론 각종 음료, 과자, 햄, 커피 등 다양한 피코크 제품이 진열돼 있다. 초마짬뽕, 육개장, 새우볶음밥, 고구마핫도그, 맛있는 순대 등 가장 인기를 끈다는 제품들은 전면에 배치됐다. 매대 직원은 “매일같이 물건을 채우면서 피코크의 인기가 점차 좋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 양재점은 신도시에 위치한 광교점에 비해 연령층이 다양했다. 점심시간 식사 겸 외출에 나서 장을 보려는 이들로 매장이 북적였다. 광교점과 같이 노브랜드 제품을 가득 쌓아놓은 곳은 없었으나 곳곳에서 노란색 제품들은 확연이 눈에 띄었다.
양재점 식품코너도 라인 하나를 통째로 피코크로 채워 놓은 모습을 보였다. 현장 직원은 “간편하게 식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피코크를 찾는 고객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젊은 편이다”고 전했다.
“정용진 부회장, 본사 9층 테이스트키친 전 제품 맛 봐”
일렬로 늘어선 계산대 끝에 서보면 이들 제품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계산원들의 손끝으로 노란색으로 포장된 제품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한 계산 직원은 “최근 노브랜드 제품들을 가져오는 고객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 같다”며 “솔직히 개인적으로 피코크 제품을 맛본 적은 없지만 고객들은 맛이 좋다고들 한다”고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이마트타운에는 ‘피코크키친’(사진 위)이 있다. 피코크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레스토랑 출점을 위한 매장이 아닌 피코크 제품을 활용한 조리법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써 조리법 등을 안내하는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 아래는 피코크에서 판매하는 음식. ⓒ스카이데일리
이마트 PL개발팀 직원은 이 같은 반응이 당연하다고 자신했다. 직원에 따르면 피코크의 경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후문이다. 신제품 출시 전 이마트 본사 9층에 위치한 테이스트키친에서 정 부회장의 시식을 반드시 거치며 이 자리에서 출시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이마트 내부에 PL개발 부서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피코크는 상무 조직으로 구성돼있을 정도로 회사 차원에서 큰 역량을 쏟는 브랜드다”며 “상품개발 및 디자인, 매장운영 담당자까지 배치됐을 만큼 인력도 타 부서를 압도할 정도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피코크 맛을 높이기 위해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의 셰프 4명을 채용해 개발팀 레시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며 “테이스트키친에서 경영진부터 바이어까지 직접 조리하고 맛을 보는 품평회도 꾸준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역시 이마트의 이 같은 전략들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맛’을 중시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를 중시한 실속형 브랜드로 매출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판매가 시작된 피코크의 경우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이마트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피코크 매출은 8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출시 첫 해(2013년, 340억원) 매출의 244% 수준이다. 이마트 측은 지난해 상반기 400여종에 불과했던 피코크 제품군을 올해 1000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개별 실적은 ▲2012년 매출액 10조9390억원, 영업이익 7751억원, 당기순이익 3067억원 ▲2013년 매출액 10조7801억원, 영업이익 7592억원, 당기순이익 4833억원 ▲2014년 매출액 10조8382억원, 영업이익 6568억원, 당기순이익 3148억원 등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개별실적은 ▲매출액 8조4866억원 ▲영업이익 5041억원 ▲당기순이익 6053억원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이마트의 신의 한 수는 노브랜드 제품들이다”면서 “올해 키워드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가성비’를 지난해부터 적극 활용한 이마트의 전략방식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