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신세계그룹 내에서 의미 있는 오너일가 지분변화가 감지됐다. 당초 신세계·이마트 지분을 보유해왔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서로의 주식을 맞교환 한 것이다. 이로써 전체적인 그룹 지배력은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와 관련 계열사들은 정 총괄사장이,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계열사들은 정용진 부회장이 담당하는 모양새가 갖춰져다. 정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며 업계 1위를 견고하게 지켜냈다. 하지만 종속계열사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대다수 계열사들이 적자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를 내는 업체들 중 상당수는 신규 사업이다. 대형마트 성장세가 정체단계에 다다를 것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사업들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이마트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마트의 적자 종속기업들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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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사진·본사) 연결종속회사들 중 상당수가 꾸준한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시장의 포화로 인해 단기간 내 다양한 신사업진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마트는 신세계와 함께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명희 회장이지만 ‘정용진 소그룹’으로 불리는 곳이다. ⓒ스카이데일리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인 이마트가 3년 만에 단독 대표이사체제를 맞이하게 된 가운데 연결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적자행진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동생 정유경 사장과 지분교환을 단행하면서 ‘정용진 계열사’ 혹은 ‘정용진 소그룹’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포스트 구학서’로 불려 온 김해성 부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이갑수 사장 단독 대표이사체제로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13개 연결기업 중 흑자기업 단 2곳…편의점 ‘신세계위드미’ 최다 적자
이마트 자회사(국내기준)는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푸드 △신세계엘앤비 △에브리데이리테일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위드미 △제주소주 등 총 8곳이다.
신세계푸드(세린식품·스무디킹코리아·제이원)와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고양·신세계투자개발) 등의 자회사까지 총 13곳이 이마트의 실적에 반영되는 연결 기업들이다. 지난해 이들 연결기업 중 순이익을 실현한 곳은 신세계푸드(157억원)와 신세계엘앤비(2억8000만원)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1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위드미가 지난해 358억원으로 가장 높은 순손실을 나타냈다. 그 뒤를 신세계조선호텔(121억원), 신세계프라퍼티(111억원) 등이 이었다. 신세계푸드와 함께 나란히 매출액 ‘1조 클럽’에 진입한 에브리데이리테일 역시 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모습이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이마트위드미는 기존 편의점 업계 가맹점주들의 최대 불만요인이었던 로열티, 365일 영업, 중도해지위약금 등을 없앤 이른바 ‘3무(無) 정책’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장 수 5000개까지 키우겠다고 정 부회장이 공언한 계열사다.
2014년 신세계에 인수된 후 사실 상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편의점시장에서 매장 수를 늘리며 지난해 37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1351억원) 대비 2.8배 매출규모를 키웠으나 손실액 역시 271억원에서 358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급기야 그간 700억원을 출자했던 이마트는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이마트위드미에 200억원의 추가 출자를 결의한 상태다.
두 번째로 많은 손실액을 기록한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378억원, 630억원의 손실액을 기록하며 이마트 연결회사들 중 가장 높은 손실액을 보였던 이곳은 지난해 121억원의 손실액을 보이며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업계는 흑자전환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슈퍼마켓(SSM) 골목상권 침해 논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 출점을 감행하며 매출규모를 키워 온 에브리데이리테일도 지난해 1조9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63억원의 영업손실과 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앞서 2014년 25억원, 2015년 98억원의 손실을 보인 이곳은 매출액 상승에 비해 손실액 규모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일각에서는 “스타필드하남·일렉트로마트·피코크·노브랜드 등 정 부회장이 신사업의 귀재로 평가받지만 M&A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신사업들의 고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투입을 통해 자산규모가 커져 재계순위 10위권에 진입했지만 실익은 없었다는 의미였다.
에브리데이리테일과 NS마트는 각각 킴스클럽마트와 에스엠을 사들여 시작한 사업이다. 각각 2246억원과 1233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 밖에도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통해 세린식품·스무디킹코리아 등을 각각 50억원·180억원에 사들였으며 올해에도 제주소주 지분 100%를 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속적인 자금투입를 진행 중이다.
소주사업 인수 해외 눈 돌린 이마트…이갑수 사장, 포스트 구학서 빈자리 부담 가중
이처럼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마트가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으로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이미 과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지목되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연내 국내추가출점계획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해외진출에는 적극적이다. 문제는 이마트 연결 해외자회사들 역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있다. 지난달 10일 주주총회에서는 주류수출업을 사업정관에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인수한 제주소주를 앞세워 본격적인 수출상사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12개국에 머문 수출교역국을 20여개국으로 늘려 수출을 확대하고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또 이날 주총에서 이갑수 사장 재선임 안건도 통과했다. 이 사장은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피코크·노브랜드 등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디어를 실사업에 접목시켜 성공시킨 측근으로 분류된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이 영전된 바 있다.
업계는 연일 계속되는 연결자회사들의 적자와 신사업을 바탕으로 한 수익창출 과제를 떠 안은 이 사장의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배경으로 김해성 부회장의 퇴진을 꼽았다.
▲ 이갑수(사진왼쪽·뉴시스) 대표는 지난 2013년 이마트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지난달까지 정용진(오른쪽) 회장의 최측근으로 ‘포스트 구학서’라 불리던 김해성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했으나 김 부회장의 사임으로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스카이데일리
김 부회장은 이 사장이 지난 2013년 영업부문 대표이사로 발탁될 당시부터 투톱을 유지했던 인물이다. 또한 이명희 회장의 측근으로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중책을 도맡아 온 구학서 신세계 고문에 빗대 ‘포스트 구학서’로 불리며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스승·최측근 역할을 도맡아 왔다.
이는 “이명희에 구학서가 있다면 정용진에 김해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파트너를 보내고 단독대표이사가 된 이 사장의 부담감이 그 여느 때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가는 점차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으며 사드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유통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일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 큰 관심을 받기도 했으나 정작 이마트 전체로 봤을 땐 아직까지 미미한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 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실권을 행사한 지난 2009년부터 기업인수에 쏟아 부은 돈만 2조원에 육박한다”면서 “새로운 유통모델을 창출하거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비유통사업 등을 통해 신규수익창출을 꾀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런 이마트 안팎의 현실이 단독대표로 올라선 이 사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오너가 벌려 놓은 적자 뒷감당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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