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이 합병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몸짓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금융권의 이러한 변화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정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초대형IB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3조원, 4조원, 8조원 등 구간을 설정해 차별화된 혜택을 주는 것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200% 한도까지 어음발행을 허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외국환 업무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로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 있다. 이들 가운데 최근 대형 증권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KB증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남다르다. KB금융그룹의 수장 윤종규 회장이 리딩뱅크 재탈환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상황에서 무엇보다 KB증권의 역할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리딩뱅크 재탈환을 위한 KB증권의 예상행보와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 등에 대해 신년특집Ⅱ ‘한국금융 새 지평’ 두 번째 시리즈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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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합병 작업을 마치고 통합 ‘KB증권’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현대증권을 인수, 유상증자 등을 거쳐 4조1000억원의 대형증권사로 거듭나게 된 KB증권은 향후 KB금융지주 숙원인 ‘리딩뱅크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KB금융지주 ⓒ스카이데일리
최근 금융당국의 ‘초대형IB(투자은행) 육성방안’이 금융권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5대 증권사 중 한 곳인 KB증권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전통의 강자인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빅5 증권사로 도약한 가운데 그룹 수장인 윤종규 회장의 숙원인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지렛대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등의 부문에 지주·은행·증권의 3사(社) 겸직체제를 구축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해 향후 KB증권의 그룹 내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윤 회장이 계열사 간 협업체계를 강화해 그룹의 숙원을 풀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상황에서 무게중심의 한축을 차지하는 중책을 떠 앉았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시각이다.
각기 다른 장점 갖춘 두 증권사 합병, 자기자본 4조1000억 규모 ‘공룡증권사’ 출범
금융권 및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KB증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통합·출범했다. 지난해 3월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를 확정지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 약 9개월여 만이다.
앞서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 인수 확정 당시 만해도 자기자본 규모가 증권업계 18위 수준인 620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800억원으로 증권사 중 6위 수준이었다.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단숨에 3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당시 증권사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KB증권은 지난해 말 18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자산규모를 4조800억원 규모까지 늘렸다. 초대형 증권사의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4위 증권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증권은 당시 합병에 대해 “통합 KB증권 출범으로 인해 KB투자증권의 강점인 기업금융, 홀세일(Wholesale) 부문 등에 기존 현대증권의 경영 인프라 및 자산관리(WM) 역량이 합쳐져 전 사업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은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조하며 지주사, 은행, 증권사 세곳의 WM·IB 업무를 총괄하는 3각 겸직 체제를 도입했다. [사진=뉴시스]
IB업계 등에 따르면 실제로 KB증권은 그동안 부채자본시장(DCM) 채권 주관부문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평가돼 왔다. KB증권은 지난해 채권 주관부문에서 총 13조732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체 증권사 중 해당 사업 부문에서 10조원 이상의 주관 실적을 기록한 곳은 KB증권이 유일했다. 이로써 KB증권은 4년 연속 해당 부문 1위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일반 회사채 부문에서 실적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6조277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 현대증권은 자산관리부문에서 전통의 강자로 꼽혀왔다. 현대증권의 상징과도 같은 ‘바이 코리아 펀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월 출시돼 국내에 주식형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저평가된 한국을 사자’는 슬로건 하에 바이코리아펀드는 출시 4개월 만에 수탁액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비록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지난 2013년 매각 결정이 난 후 영업력에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영업 경험 등은 KB증권의 약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특히 국내 증권업계 최다 수준의 지점수(국내)는 KB증권의 영업력을 향상시키는 요소로 꼽혔다. KB투자증권과 합병 전인 지난해 9월말 기준 현대증권의 국내지점 수는 97개로 미래에셋대우(100개) 다음으로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KB투자증권의 지점수는 17개에 불과했다. 다른 경쟁업체 미래에셋증권(76개), NH투자증권(83개), 삼성증권(56개), 한국투자증권(88개) 등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랐다.
초대형 투자증권사 탈바꿈 KB증권, 그룹 수장 윤종규 숙원 현실화 시킬 ‘지렛대’ 평가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달 지주사 차원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KB증권 등에 있는 자산관리(WM) 부문, 기업투자금융(CIB) 부문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이들 부서는 △금융지주 WM담당부서, 은행 WM그룹, 증권 WM부문 △금융지주 CIB 담당부서, 은행 CIB그룹, 증권 IB(투자은행)부문 등을 각각 관리한다.
WM부문의 수장으로는 박정림 KB금융 자산관리총괄 부사장(KB국민은행 WM그룹 대표 겸직)이 선임됐다. CIB부문 수장은 전귀상 KB금융 기업투자금융총괄 부사장(KB국민은행 부행장 겸직)이 맡게 됐다.
▲ 자료: KB증권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또한 KB금융지주는 단순히 조직 개편뿐 만 아니라 실질적인 협업도 시도 중이다. 이를 위해 한 곳에서 은행 및 증권업무가 모두 가능한 복합점포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 4일 문을 연 통합 KB증권 1호 점포 ‘미금역 WM라운지’는 한 공간에서 은행PB 자산관리서비스와 증권PB투자상담서비스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
KB금융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이 같은 조직개편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의 주요 사업 부문을 직접 통합·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여 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 윤 회장이 두터운 신임을 보였던 인물들을 수장에 앉힌 점은 주장에 무게감을 더했다.
이에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KB금융그룹 지주사 차원의 조직개편은 윤 회장의 숙원인 ‘리딩금융그룹’ 달성을 위한 첫 걸음으로 보여진다”며 “단숨에 덩치를 키운 KB금융은 목표를 현실화 시킬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부터 지주와 은행, 증권 3사가 겸직을 시작하는 WM, CIB 부문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KB만의 시너지 창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딩금융그룹’이라는 멋진 집으로 복귀하기 위해 열심히 터를 닦고 기초를 다져 왔다”며 “이제부터는 든든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맨 윤경은, KB맨 전병조 투톱 출격…올해(17년) 목표 순이익은 전년 대비 2배
윤종규 회장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KB증권 역시 합병 기업 간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두 기업의 장점으로 평가됐던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KB증권은 우선 윤경은, 전병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경은 전 현대증권 사장은 자산관리(WM)·세일즈앤트레이딩(S&T)·경영관리부문 등을, 전병조 전 KB투자증권 사장은 기업금융(IB)과 법인영업(Wholesale)을 각각 맡는다.
자산관리 부문은 총괄본부 아래 △PB(개인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고객본부 △디지털고객본부 △고객지원본부 △IPS(투자상품서비스)본부 등으로 구성되며 총괄본부장은 현대증권 리테일 부문을 이끈 이재형 전무가 선임됐다.
S&T부문장은 외부인사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FICC(채권, 외환, 상품)본부장이 맡았다. S&T부문에 신설된 고유자산운용본부는 신규 수익원 확대를 위한 대체투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경영관리부문은 현대증권 출신의 김병영 현대저축은행 부사장이 총괄할 예정이다.
IB부문의 총괄본부장은 KB투자증권의 김성현 부사장이 선임됐다. IB부문은 △기업금융본부 △ECM(주식자본시장)본부 △SME(중소기업금융)본부 △어드바이저리본부 △IB솔루션본부 △투자금융본부 △구조화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Wholesale부문장에는 법인 영업 경력이 많은 공현무 KB투자증권 부사장이 선임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KB증권의 윤경은, 전병조 투톱체제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 KB증권이 내부적으로 올해 순이익 목표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3400억원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1122억원의 순이익(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순이익 단순 합산)을 올린 것을 바탕으로 추정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1400억원 안팎이다. KB증권의 올해 순이익 목표 금액은 증권업계가 호황을 이뤘던 2015년의 3267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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