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밤, 적막을 깨고 울리는 전화 한 통이 모든 평화를 앗아간다.
화면 너머로 전해진 “내일 아침 조간 1면에 그룹 경영권 분쟁 기사가 터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단 한 문장이 수천 명의 임직원, 수만 명의 투자자,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흔든다.
그 순간부터 오늘이라는 하루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오직 숨 막히는 위기 대응뿐이다. 전 직원의 비상 대기를 지시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날이 밝자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여직원은 수화기를 붙잡고 애원한다. “기자님… 제목만 조금 조정해 주실 수 있을까요…” 회사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자존심을 접고, 감정을 숨기고, 눈물을 삼킨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려 하지만 붉어진 눈시울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통화가 끝난 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안도의 함숨을 내쉬는 그녀가 간신히 지켜낸 그 한 줄은 자신이 아니라 회사의 신뢰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임원의 거친 분노와 질책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홍보팀이 뭘 한 거야!” 회의실 책상을 내리치는 굉음과 핏대 선 질책 앞에서도 그녀는 그저 파리한 얼굴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일 뿐이다.
설명하고 싶고, 변명하고 싶고, 억울함을 말하고 싶지만 홍보인은 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회사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지친 몸을 이끌고 올라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주머니 속 휴대폰은 쉴 새 없이 번쩍이며 그녀를 호출한다.
다시 돌아온 캄캄한 사무실, 홀로 켜진 스탠드 불빛 아래서 커피 한 모금으로 속을 달래는 순간 또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입가에 다시 미소를 훔치며 수화기를 든다. “네, 홍보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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